홍준표 전 대표는 미국행 올라

자유한국당이 11년 간의 여의도 생활을 접고 영등포로 둥지를 옮긴다.

10일 한국당에 따르면 국회 맞은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양빌딩에 있는 한국당 중앙당사가 오는 11일 영등포구 영등포동 우성빌딩으로 이전한다. 당사 이전과 함께 현판식도 열린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홍준표 전 대표가 미국행에 오르는 날이다.

여의도 한양빌딩은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3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명당’으로 불려왔다.

한국당은 지난 2007년부터 11년간 ‘한양빌딩 생활’을 해왔다. 이 기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연속으로 대권을 거머쥐는 등 한국당 입장에선 ‘영광의 시간’을 누린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지난해 5월 대선 패배, 나아가 6·13 지방선거 참패로 한국당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고, 결국 중앙당 슬림화 등 당 쇄신 차원에서 당사 이전을 결정했다.

새롭게 둥지를 틀 영등포 당사는 국회에서 자동차로 5∼10분여 떨어진 곳이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주요 정당은 모두 여의도에 중앙당사를 두고 있다.

한국당이 여의도를 떠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당은 2002년 한나라당 시절 16대 대선 패배에 이은 ‘차떼기 파동’으로, 2004년 여의도 국회 앞 이른바 ‘호화 당사’를 매각한 뒤 3개월 동안 천막당사에서 지내다 강서구 염창동으로 당사를 옮겼다.

염창동 당사는 국회에서 자동차로 20분여 걸리는 곳이라 의원들은 물론 당원들이 찾지 않아 ‘절간’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약 3년 간 염창동 당사 생활을 한 한국당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여의도로 재입성, 승승장구해 왔다.

하지만 11년 만에 내리막을 걸으며 여의도를 떠나 절치부심하게 됐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참패에 앞서 홍준표 전 대표 시절부터 당사 이전을 추진해왔다. 탄핵 국면에서의 분당 사태 등으로 국회 의석수가 감소함에 따라 재정적 압박을 받아온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이때도 여의도 내에서 이전이 유력시됐으나, 지방선거 참패 이후 영등포로 이전이 확정됐다.

한국당은 지금까지 한양빌딩 2∼6층과 7층 일부를 사용하며 매월 1억 원에 달하는 임차료를 내왔다. 하지만 영등포 새 당사에서는 2개 층만 빌려 임대료를 5분 1 가까이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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