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용비리 의혹과 비자금 조성·횡령 혐의를 받는 박인규(64) 전 대구은행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하고 있다. 경북일보 DB.
“일련의 사태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주주와 고객, 대구시민의 명예를 실추시켜 CEO로서 죄송할 뿐입니다. 대구은행의 이익을 위해 수동적으로 경영상 일 처리를 한 데 책임을 통감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임직원에 대해 선처를 당부드립니다.”

비자금 횡령과 채용비리 등의 혐의(업무방해, 증거인멸교사, 업무상 횡령 및 배임, 뇌물공여)로 구속 기소된 박인규(64) 전 대구은행장은 11일 오후 2시 대구지법 제11형사부(손현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 하늘색 반 팔 수의를 입고 출석해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 중 업무상 횡령과 배임,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다투겠다고 예고했다.

박 전 행장의 변호인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횡령과 배임 금액은 검찰의 주장과 다르다”면서 “경산시 금고 유치를 위해 간부공무원의 자녀를 점수조작을 통해 채용시켰다는 혐의와 관련해서는 시 금고 선정 대가로 해줬다는 내용은 보고받은 기억이 전혀 없어서 부인한다”고 설명했다.

박 전 행장은 속칭 상품권 깡 수법을 이용해 3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뒤 8700만 원 상당을 개인 경조사비 등으로 쓰고, 상품권 환전 수수료로 9200만 원을 지급하면서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인카드로 고급양복을 사는 등 2110만 원 상당을 개인용도로 쓴 혐의도 받고 있다. 채용비리와 관련해서도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점수조작, 자격모용 등의 방법으로 24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와 직원에게 인사부 컴퓨터 교체와 채용서류 폐기 등을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2013년 경산시 금고로 대구은행이 선정되도록 경산시 간부공무원의 아들을 부정 채용한 혐의(뇌물공여)도 추가됐다.

박 전 행장 변호인은 상품권 환전 과정에서 수수료를 지급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상품권 구매 때 1~3%씩 덤으로 더 받은 점을 고려하면 대구은행에 손실을 끼친 배임액은 8700만 원이 아니 3700만 원에 불과하고, 법인카드로 쓴 돈 2110만 원과 관련해서도 개인용도가 아닌 은행업무 용도로 대부분 사용했기 때문에 횡령한 돈은 517만 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경산시 간부공무원 오모(58)씨도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오씨의 변호인은 시 금고 선정 과정에서 아들 채용 청탁을 제안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25일 오후 4시 당시 채용청탁을 박 전 행장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김대유(58) 전 공공금융본부장을 증인으로 소환해 신문할 예정이다.

이날 재판에서 13명의 전·현직 임직원들은 검찰의 공소사실과 증거신청을 대부분 인정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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