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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지난 5월 sbs는 대진침대에서 1급 발암물질이 나온다고 보도하였다. 이름도 생소한 라돈(Radon)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뉴스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뉴스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진침대 실태’가 드러난 것은 아이의 안전을 걱정한 한 엄마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엄마가 끝까지 추적하지 않았다면 오늘도 많은 사람이 대진침대를 편하게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대진침대 사태’가 나기 전까지는 우리 국민 가운데 라돈을 인식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진침대 사태는 생활안전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안전의 역사에서 주요한 사건으로 자리매김 될 것이라 믿는다.

라돈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세계보건기구는 세계 폐암 환자의 3-14%가 라돈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사저널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국내 408개의 초·중·고교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되었다. 라돈은 색도 없고 맛도 없고 냄새도 없기 때문에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이유이다.

라돈은 자연 방사성 물질로서 주로 화강암과 토양에서 나오기 때문에 토양과 직접 맞닿아 있는 지하 반지하 거주 공간이 더욱 위험하다. 공기보다 8배나 무겁기 때문에 실내에 쌓이기 쉽다. 실내 공기를 환기시키기 힘든 지하, 반지하 거주자는 더욱 큰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지하,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은 체념하고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라돈을 측정하고 대비할 생각은 더욱 더 못한다.

지하방은 1970년에 방공호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전쟁에 대비하려고 한다면 공습에 대비할 수 있는 방공호는 철저히 보존되고 관리되어야 맞다. 하지만 방공호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지로 변해갔다. 국가는 묵인하고 방치했다. 경제성장이라는 미명하에 국민을 희생시킨 전형적인 예가 바로 지하 거주다.

힘들고 지친 빈민층에게는 방공호가 아니라 살만한 집을 마련할 책임이 정부에 있음에도 주거 대책 세우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방공호에 사람이 살게 되어버린 것은 박정희, 전두환을 비롯한 군사정권의 주거정책 실패, 나아가 정부와 국가의 실패를 보여주는 지표다. 싱가포르의 이콴유 정권은 독재를 해서 크게 비판받았지만 민생 정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주거정책에서만큼은 세계에 자랑할 만큼의 업적을 냈다.

지하방이 얼마나 사람 살기 안 좋은 곳인지는 누구나 안다. 반지하에 살아 보았던 사람들에게 다시 반지하에 가서 살겠느냐고 물으면 100% 모두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 만장일치로 지하방 귀환을 거부할 것이다. 현재 지하방에 거주하지 않는 독자 가운데 지하에 살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아마 100% 모두가 절대 원치 않는다고 할 것이다. 내가 지하에 살고 싶지 않은 만큼 다른 사람의 지하 거주 문제에 관심을 가질 때다.

반지하가 왜 안 좋으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곰팡이 피고 환기가 안 되고 창문이 없고 햇볕이 안 들어오고 벌레가 스멀스멀 기어 다닌다고 말한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라돈 이야기는 안 나온다. 라돈 침대가 문제 되기 전에 주거 강의를 할 때 이야기다. 지하 공간은 라돈이 문제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더니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내가 몸이 안 좋은 게 라돈 때문이었나 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라돈 이 한 가지 문제만 생각해도 지하거주는 더 이상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하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공공임대주택 입주 기회를 주고 지하방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적절하게 보상할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 할 일은 지하 반지하 방에 대해 라돈 실태 전수조사를 하는 것이다.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공간에 사람이 살게 해 놓고 암에 걸릴 가능성이 큰 절박한 문제마저 외면하는 건 국가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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