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갑선도' 재조명 학술대회···순천향대 정진술 연구원 주장

간재 이덕홍의 ‘귀갑선도’
거북선의 원형과 변천사를 엿 볼 수 있는‘귀갑선도’를 재조명하는 학술대회가 11일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열렸다.

‘간재(艮齋) 이덕홍(李德弘·1541∼1596) 학문과 사유세계’란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순천향대 이순신연구소 정진술 선임연구원은 ‘거북선 유래와 간재 이덕홍의 귀갑선’을 발표했다.

학술대회는 국학진흥원이 퇴계 이황(1501∼1570)의 고족제자(제자 가운데 학식과 품행이 특히 뛰어난 사람)인 이덕홍 선생 문집인 간재집(총 3책) 완역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했다.

정 연구원은 “이덕홍 문집에서 주목할 점은 거북선 유래를 파악할 수 있는 귀갑선도(圖)다”라며 “간재집에 실린 귀갑선도는 임진왜란 때 만든 거북선 원형과 이후 거북선 유래를 깊이 연구하는 데 중요한 전거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문헌사적 가치가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귀갑선은 그동안 알려진 이순신 거북선과 동일한 형상과 규격은 아니나 승선한 군인을 장갑(裝甲·적탄을 막기 위하여 배를 특수한 강철판으로 둘러쌈) 안에 감춰 안전하게 하고, 많은 적선과 마주쳐도 쉽게 무너지지 않게 설계한 점에서 상통한다”고 평가했다.

귀갑선(龜甲船)은 임진왜란 때 이덕홍이 왜적을 막아야 한다는 일념 아래 창의적으로 고안한 특수 군선이다.

이덕홍은 임진왜란을 직접 겪고 당시 국왕인 선조와 왕세자인 광해군에게 왜군을 물리치기 위한 정치·군사 대책을 제시하는 글을 올렸다. 선조 26년(1593년) 1월 의주 행재소에서 선조에게 올린 소에서 바다에서 적을 막을 수 있는 귀갑선 건조를 제안하고 말미에 귀갑선도를 첨부했다.

거북선은 전라 좌수사 이순신(1545~1598)이 돌격선으로 설계해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군선으로 알려졌지만 아쉽게도 거북선 실물자료가 없어 문헌에 기록된 도설로 그 형체를 파악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알려진 거북선은 정조 19년(1795)에 편찬한 이충무공전서 권수 도설을 전거(典據·말이나 글 따위 근거가 되는 문헌상 출처)로 복원한 것이 많다. 그러나 이는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200여년이 지난 시기에 작성한 것으로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과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관련 연구자들의 지적이다.

이덕홍은 안동 예안 출생으로 월천 조목(1524∼1606)과 함께 퇴계 성리학의 맥을 잇는 주요 인물이다. 그는 스승이 작고할 때까지 12년을 곁에서 지키며 학업에 매진해 심경질의, 주역질의, 사서질의, 고문진보질의(古文眞寶質疑), 가례주해 등 경학서를 남겼다.

완역한 간재집에는 스승을 존모(받들어 공경하고 그리워함)하는 내용을 담은 차운시(남이 지은 시운을 따서 지은 시)뿐 아니라 학인과 주고받은 편지글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오종명 기자
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안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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