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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석 구미지역위원회 위원·공공정책연구소장·새경북포럼 위원
금기시해야 할 말 세 가지가 있다. 자식에 대한 이야기이며 친할수록 진학·취업·결혼은 절대 묻지 말아야 한다. 수긍하기 힘들지만 현실적 사회 환경에 노출된 청년들의 위기와 절박한 문제를 꼬집은 서글픈 이야기이다. 태어날 때부터 신분적 조건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젊은 세대들의 인터넷 신조어인 ‘흙 수저’는 태생적 환경에 따라 신분이 고착화되는 조선시대 계급에 빗대어, 급기야 ‘수저 계급론’까지 만들었다. 부의 맞물림으로 자식의 신분이 결정된다는 이론으로 청년실업, 빈익빈 부익부 등의 각종 사회 문제와 맞물려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비판하는 청년들의 자조 섞인 말이며 결코 가볍게 넘길 말은 아니다.

대한항공의 물벼락 갑질에 이어 이번에는 금호아시아나 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기내식 대란으로 시작된 승객들의 불편이 급기야 회장의 자녀 낙하산인사가 논란이 되었다.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는 일반주부인 딸을 고위직 임원에 선임한 것 자체가 재벌가 자녀가 아니면 결코 누릴 수 없는 특혜이다. 그런데도 ‘그룹의 큰 위치에 넣은 것도 아니다’라는 회장의 해명은 그동안 비정상적 인사 전횡이 관례였음을 알게 하며, ‘흙 수저’ 청년들의 좌절과 비난의 대상이 된다. 일반인이 대기업에 입사한 후 임원까지 승진한다면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이며, 걸리는 시간도 평균 20년 이상이다. 그런데도 회장의 말 한마디에 거리낌 없이 채용과 선임을 할 수 있다면 이거야말로 ‘재벌가의 갑질’이며 반칙인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금호아시아나 뿐만이 아니다. 산업화시대 특혜로 성장한 대부분 대기업의 성장 배경에는 예외 없이 부의 독점과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부도덕한 독과점 그리고 문어발식 투자였으며 ‘로비’라는 미명하에 정권 유착은 비정상적 경영형태를 부추기는 적폐였다. “재벌의 갑질”은 부도덕한 성장으로 이루어진 재벌가의 철면피한 횡포이다. 따라서 과거 정권에서 보기 어려웠던 대기업 갑질에 대한 폭로와 비판적 여론이 드센 것은 그동안 용두사미에 거쳤던 재벌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시민의식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70% 이상의 청년층이 불행하며,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도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도 70% 가까이 되었다고 발표하였다. 충격적이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조사결과이나 현실적 상황에서 공감할 수밖에 없다. 적극적으로 안락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추구하는 행복할 권리는 헌법 제10조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반대되는 불행이 70%가 된다는 것은 부끄러운 수치이며 우리 삶이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취업과 불안정한 일자리,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등 물가 상승에 따른 과도한 삶의 사회적 압박이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청년 세대를 만들었다. “자신과 국가를 위해서라도 집값이 내려가야 하며, 저출산의 가장 큰 이유는 주거의 문제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청년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발표결과를 주목해야 하는 것은, 다수의 국민이 공감하는 정치권의 숙제이기 때문이다. 주거의 문제와 저출산의 문제가 국가적 위기로 등장한 지 오래, 평등하지 않으며 공정하지 않은 사회는 결국 정의롭지 않은 사회로 청년들을 절망으로 내몰 것이다. 청년들은 나라의 미래이며 국가의 자산이다. 청년이 행복하고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정자, 국민 모두 머리를 맞대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 이치는 서로 상대되어있다. 음양의 조화가 그렇듯이 하늘과 땅, 밤과 낮, 여자와 남자, 갑과 을. 사용자와 근로자, 서로 상반되어있다. 이것이 세상 이치의 균형이다. 상호보완적이기 때문이며 어느 한쪽만 존재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얼마나 힘들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 기내식 협력사 대표의 자살은 상호보완적 관계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행기의 양 날개가 두 개이듯이 비행기는 한쪽 날개로 날 수 없다. 갑을관계, 노사관계 어느 것이든 한쪽으로 편향되어서는 안 된다. 비행기가 추락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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