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TK)이 ‘인사 패싱’에 이어 우려했던 ‘예산 패싱’이 현실화 되고 있다. 경북도가 정부에 건의한 내년도 사업 예산 5조4119억 원 중 반영된 액수가 3조3820억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북도 요청액의 62%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정부 예산은 기획재정부 1, 2차 심의를 거쳐 다음 달 1일부터 10일까지 미결, 쟁점 사업에 대한 마지막 심의가 이뤄지는데 1, 2차 심의에서 요청 사업들이 대거 제외돼 ‘예산 패싱’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마지막 쟁점 사업 심의가 남았다지만 이미 경북도가 목표로 했던 정부 예산에 크게 못 미치고 있어서 국비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정부가 예산편성 기조를 SOC 사업과 신규사업 부문에 지난해보다 10% 정도 감축 또는 억제하기로 방향을 정했다지만 드러난 경북지역 예산 조정액은 심각한 수준이다. 자유한국당 소속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방선거가 끝나고 난 뒤 곧바로 예산확보를 위해 중앙 부처를 방문하는 등 총력 행보를 펼치고 있다. 또한 관계 공무원들도 예산 확보에 혈안이지만 국비 예산 확보가 예년 같지 않다는 소식이다.

경북도가 요청한 SOC 분야 예산 3조1045억 원 중 부처 예산에 포함된 것은 고작 1조9097억 원에 지나지 않았다. 반영된 예산은 중앙선 복선전철화(4700억), 중부내륙 단선 전철(3000억), 동해중부선 철도(2350억), 포항영덕고속도로(407억) 등이 고작이다. 농도 경북의 농림수산분야도 8532억 원 중 6507억 원, 환경은 5051억 원에서 2857억 원만 반영됐고, 문화관광 분야도 1563억 원을 요청했지만 1013억 원만 포함되는 데 그쳤다.

경북도가 요청한 신규 핵심사업들이 대거 제외됐다. 경주와 포항 지진 대책으로 추진하려는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전체 사업비 2000억 원)과 국가방재교육공원 조성(1000억), 공공시설물 내진보강 사업(2555억 원)까지 제외됐다. 포항 지진이 발생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이낙연 국무총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여야 대표 등이 앞다퉈 찾아와 지진 안전과 관련해서는 무엇이든 적극 지원하겠다 약속 했지만 핵심 사인인 예산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경북도가 국비가 필요한 25개 신규 핵심사업을 계획해 예산 반영을 요청했지만 국가세포막 단백질연구소 설립, 하회마을 방문객센터 건립, 산불방재센터 건립, 스마트 혁신 밸리 조성 등 17개 사업이 송두리째 빠졌다. 경북도는 균형개발 특별예산, 각종 기금, 원전 관련 사업 등 국가 직접투자예산까지 포함해 최근 몇 년간 매년 10조∼11조 원의 국비를 확보했지만 올해는 반토막인 5조 원대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으로 국가 직접투자도 큰 폭으로 주는데다 ‘예산 패싱’이 현실화 되고 있어서 대구·경북 미래가 큰 걱정이다. 경북도와 대구시만 동분서주 할 것이 아니라 대구경북 정치권이 똘똘 뭉쳐 마지막까지 국비 예산 확보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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