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넘어가는데
나는 해가 진다고 칠 북이 없다

둥둥 해 넘어간다고
하루해가 간다고 치고 싶은 북

길에 나와서
혹시 북치고 있는 사람 있는가 살펴도
아무도 없다

둥둥 치고 싶은 북 못치고
하늘 올려다 보니

해가 북친다
혼자 북치며 해 넘어간다




(감상) 해가 혼자 북치며 넘어가는 풍경에서 화자의 지독한 외로움이 잔잔하게 배어져 나온다. 이렇게 군말 없이 정갈하게 시를 쓸 수 있는가. 하여 천의무봉天衣無縫)이라 했던가. 어떤 위안이나 미련조차 갖지 않은 시인만이 쓸 수 있는 시, 독자나 비평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직 시를 위해서 쓰는 시, 마음의 밑바닥에서 길어 올린 시를 만나서 즐겁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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