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집이 없었고 피리를 잘 불었고 뱀과 물고기
의 친구였다 아무도
그를 듣지 않았다 그는 죽어서 천국으로 갔다


천국에서도 그는 집이 없었고 피리를 잘 불었다
죽은 뱀과 죽은 물고기의 친구였다


아무도 그를 듣지 않았다 /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천국에서도 그는 죽고 천국에는 천국이 없어서


그 영혼은 굽이치는 천국의 만곡을 따라 떠내려간다


우리는 뒤늦게 천국으로 가서
그의 장례식을 열어 그를 초대했다
웃는 입에 물뱀 하나씩을 물고 / 뻐끔거리며




(감상) 시가 환상적이기는 한데 유쾌한 환상이 아닌 고통으로 점철된 환상이다. “아무도 그를 듣지 않았다”는 것은 그 누구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는 뜻으로 보인다. 현세에서 가난한 사람은 천국에 가서도 마찬가지이고, 또한 죽음을 맞이하며 순수한 영혼은 떠내려가고 만다. 진정한 천국이 없으므로 진정한 친구도 없고, 우리 모두는 가식적으로 입만 크게 벌렸다 오므릴 수밖에 없다. 천국이나 지상이나 별반 차이가 없으니 서글프기만 하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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