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개정 하도급법 시행
납품단가 증액 요청 요건에 인건비·경비 추가···대금 조정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 하도급업체의 인건비 부담이 늘면 대기업 등 원사업자에 대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겼다.

가맹점주 부담을 덜기 위해 본부와 협상력을 높이는 ‘가맹점주 단체 신고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가맹사업법 개정도 추진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정 하도급법 시행과 가맹사업법 개정 방향 등 최저임금 추가 인상에 대한 공정위의 정책을 설명했다.

17일 시행되는 새 하도급법은 중소 하도급업체가 계약 기간에 대기업 등 원사업자에 납품단가를 올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요건에 기존 원재료비에 인건비와 경비를 추가했다.

이럴 경우 공급원가 상승 정도와 관계없이 직접 증액을 원사업자에게 요청할 수 있다.

2년 연속 10%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중소기업이 모두 부담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작년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급원가 상승분이 하도급대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이 54%에 달했고, 이 중 인건비 상승분이 잘 반영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기업은 48%였다.

새 하도급법은 ‘갑을관계’ 때문에 중소기업이 증액 요청을 직접 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해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최저임금은 7%, 원재료는 10% 이상 각각 상승했을 때 대신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재료비·인건비·경비 상승액이 남아있는 하도급 일감 대금의 3% 이상일 때도 대리 요청이 가능하다.

요청을 받은 원사업자는 10일 이내 협의를 개시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시정명령·과징금 부과 등 제재를 받게 된다.

김상조 위원장은 “최저임금이 올해 16.4%, 내년 10.9% 상승에 따라 하도급업체는 사실상 무조건 협동조합을 통한 대금 조정 협의가 가능하다”며 “기존 사례를 보면 조정 신청에 따른 수용률이 70∼80%에 달하기에 일단 신청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공정거래조정원 등 10개 분쟁조정협의회를 통해 납품단가를 증액할 길도 열렸다.

새 하도급법은 또 중소기업의 권익을 침해하는 원사업자의 경영정보 요청 행위, 전속거래 강요, 기술자료 해외에 수출 제한 등도 금지한다.

아울러 기술유용, 하도급대금 부당 결정·감액 등에 적용되던 3배 손해배상제 적용 대상에 보복행위도 추가된다.

공정위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가중되는 가맹점주의 부담을 덜기 위한 대책도 추진하고 있다.

일단 ‘가맹점주 단체 신고제’를 도입해 본부와의 협상력을 높인다.

현행법은 가맹점주의 단체구성권과 협의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가맹본부는 단체의 ‘대표성’을 문제 삼으며 협상 테이블에 앉으려 하지 않은 문제가 있었기에 이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공정위에 신고한 점주 단체가 가맹금 등 거래조건과 관련해 가맹본부에 협의를 요청한다면 일정 기한 안에 반드시 협의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또 점주가 비용을 부담하는 광고·판촉행사에 대해선 본부가 미리 점주들의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해 ‘떠넘기기’ 관행도 개선할 계획이다.공정위는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에 가맹사업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 밖에 가맹점 영업지역을 점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개정 법률, 최저임금이 오르면 점주가 가맹금을 내려달라고 본부에 요청할 수 있는 표준계약서 개정 등 이미 개선된 제도도 가맹점주의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공정위는 개정 표준계약서가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공정거래협약 평가요소 중 표준계약서 사용 배점을 높이고 사용현황도 파악해 공개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가맹점주의 부담을 가중하는 본부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도 강화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이미 외식업·편의점 분야 6개 가맹본부를 대상으로 불공정행위 현장조사를 지난주 착수한 상태다.

앞으로 200개 대형 가맹본부와 1만2천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서면조사를 해 가맹시장 법 위반 실태를 더 상세히 파악하기로 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일한 만큼 제대로 된 보상을 받게 하는 것이 한국 경제가 당면한 양극화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각종 중소상공인 문제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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