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없는 체질 보완에 '딱'···열 많은 태양·소양인은 '물냉면'
포항 중산한의원 서인교 원장, 여름철 건강관리 집중 제안

초복을 하루 앞둔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유명 삼계탕집 입구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날씨에도 보양식을 먹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
여름철 가장 무더운 기간을 알리는 삼복(三伏) 중 초복이 찾아왔다.

속담 중에 “삼복지간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삼복에 기승을 부리는 극심한 더위를 그만큼 이겨 내기 힘겹다는 의미다.

예로부터 여름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초복·중복· 말복 시기에 맞춰 보양식을 먹으며 기운을 북돋웠다.

매해 ‘복날’이 찾아오면 갖가지 보양식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기력이 약해지고 땀을 많이 흘리는 시기인 만큼 원기를 보충해주는 보양식을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하다.

이 같은 복날에 많이 찾는 보양식은 대표적으로 삼계탕, 추어탕 등 각종 영양탕이 있다.

특히 삼계탕의 경우 복날 단골 보양식으로 자리 잡으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삼계탕의 주 재료인 닭은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해 여름철 부족한 원기를 채워 면역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게다가 각종 한약재를 비롯한 찹쌀, 마늘은 물론 조리법에 따라 낙지와 전복 등 원기회복으로 유명한 재료들이 사용된다.

하지만 삼계탕과 같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보양식도 나에게 잘 맞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람마다 체질이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계탕의 자주 사용되는 인삼 등 각종 한약재는 흔히 몸에 좋다고 알려졌으나 체내의 열을 높이기 때문에 열이 많은 체질인 경우 오히려 설사나 복통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대부분 보양식은 각종 다양한 재료들과 함께 오랜 시간을 삶아 내기 때문에 나트륨 함유가 높아진다.

대부분 개인의 취향에 따라 소금을 첨가하기 때문에 일일 나트륨 권장량을 훌쩍 넘어서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고혈압 등 나트륨에 주의해야 하는 질병을 앓고 있다면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방전문가들은 사상체질 진단을 통해 체질에 따른 맞춤형 식단을 권한다.

체질마다 강한 장기와 약한 장기가 있고, 이를 기준으로 사람을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 등 4가지 부류로 나눈 것을 ‘사상체질’이라고 한다.

약한 장기를 돕는 음식들이 주로 자신의 몸에 맞는 음식인 것으로 알려진다.

각 체질별 이로운 음식을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태양인은 약한 간 기능에 비해 폐가 상대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간을 보호해줄 수 있는 지방질이 적은 해산물, 채소를 먹는 것이 체질에 잘 맞는다. 열이 많은 체질이라 더운 음식보다는 물냉면과 같은 대체로 찬 음식과 담백한 음식이 몸에 좋다. 하지만 고단백, 고지방 식품이나 매운탕과 같은 얼큰하고 더운 성질을 가진 음식과 생맥주, 냉커피는 삼가야 한다. 따라서 간을 돕는 음식인 붕어, 조개, 새우, 굴, 전복, 포도, 앵두, 머루, 메밀 등이 좋다.

반면 태음인은 간 기능이 강하고 폐의 기능이 약하므로 폐 기능을 향상하는 음식들이 좋다.

허약한 폐 기운을 보충하는 도라지나 율무, 오미자가 좋고 약재로는 녹용이 잘 맞는다. 여름철엔 시원한 콩국수를 먹거나 우유를 마시면 좋고 소고기, 장어, 미역, 다시마, 배, 호두, 잣 등도 권장된다.

소양인은 비장의 기능은 강하고 신장의 기능이 약하므로 신장을 돕는 음식이 좋아 돼지고기, 오리고기, 등푸른생선, 수박, 참외, 배추, 오이, 호박, 우엉, 보리 등이 도움된다. 또한 체질상 열이 많아 뜨거운 음식, 매운 음식과 같이 열을 만드는 음식은 몸에 맞지 않는다. 시원한 메밀국수, 수박화채, 오이냉채 등을 비롯해 산수유차, 구기자차를 시원하게 해서 마셔도 좋다.

반면, 몸에 열을 내는 인삼, 대추를 넣은 보약이나 삼계탕 같은 음식은 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장에 비해 비장의 기능이 약한 소음인에게는 닭고기, 양고기, 명태, 미꾸라지, 멸치, 시금치, 미나리, 양배추, 쑥, 파, 마늘, 찹쌀 등을 추천한다.

소음인은 땀을 많이 흘리면 기운이 빠지기 쉽고 몸이 찬 편이라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을 자주 쐬면 냉방병에도 걸리기 쉽다. 열이 없는 체질을 보완하기 위해 닭과 인삼이 함께 있는 따뜻한 음식인 삼계탕을 자주 먹으면 도움이 된다.

포항 중산한의원 서인교 원장은 봄, 가을, 겨울보다 무더운 여름철에 건강관리와 원기회복에 더욱 집중하길 제안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무더운 날씨에 땀이 많이 난다는 이유 등으로 여름에는 약을 달여먹는 빈도가 겨울에 비해 적다”며 “체력소모가 많은 여름철에는 청서익기탕과 생맥산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청서익기탕이란 창출, 황기, 인삼, 오미자 등을 달인 것으로 여름철의 더위와 습도로 인해 팔다리에 힘이 없고 많은 땀을 흘려 갈증과 식욕 저하 등의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된다.

생맥산은 맥문동, 인삼, 오미자 등을 물에 달여 여름철 물 대신 마시는 음료로 심장의 열을 내리고 폐를 깨끗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서 원장은 끝으로 “아이스크림, 과일 등 찬 음식을 자주 접하는 여름일수록 위를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무리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도 과하면 독이 된다”며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더 이로운 음식과 약재를 적절하게 섭취하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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