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펑펑 울었다. 아무 이유도 까닭도 없었다. 열대야로
밤늦게 잠들었다. 더위 때문인지 악몽 때문인지 몰랐다. 요와 베
개 사이 빈 공간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고 있는 나를, 물끄러미
내가 봤다.


자다가 울면서 깬 첫 경험이다. 장맛비 퍼붓듯 요란했다. 두
눈에 눈곱 앉았지만 베개는 젖어 있지 않았다. 한번 잠들면 알
람이 울릴 때까지 잤었는데 엉엉 울던 나에게 놀란 나를, 똑똑
내가 봤다.


보름 전부터 가끔 깨기도 했다. 오늘 새벽 4시 또 폭염 탓이
라고 치부하며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 샤워를 했다. 이유 없이
덮쳐오는 불안 때문에 정신 못 차리고 또 엉엉 울고 있는 나를
내가 봤다.




(감상) 꿈속에 울고 있는 나를 만나는 건, 아마 일상에서 ‘보여지는 나’가 안고 있는 상처를 밖으로 쉽게 꺼내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도 장남이라는 무게 때문에 자신을 너무 억누르다 보니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어요. 아직 꿈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바라보는 나’는 어쩔 수가 없지요. 윤동주의 시처럼 “작은 손을 내밀어 /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를 건네 보는 수밖에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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