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 년 전 페루에서 빼앗은 보물을 가득 실은 스페인 범선이 콜롬비아 앞 카리브해에 침몰했다. 이 보물선 ‘산호세 호’에는 오늘날 화폐 가치로 최고 170억 달러(약 20조)에 이르는 금과 은을 비롯한 각종 보석이 실려 있었다. 스페인 선박 ‘산호세 호’는 310년 전인 1708년 신대륙에서 약탈한 보물을 싣고 본국으로 돌아가던 중 영국 전함의 공격을 받아 침몰한 것이다.

콜롬비아 정부는 미국 탐사 전문회사와 손잡고 1980년부터 35년이 넘게 1000만 달러 이상 투자해 ‘산호세 호 ’ 탐지 작업을 벌였다. 이 ‘산호세 호’를 둘러싸고 미국 탐사회사와 콜롬비아, 스페인, 페루 등이 ‘우리가 주인’이라며 소유권을 주장했다. 탐사회사는 기술을 들였으니 보물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콜롬비아 정부는 자금을 들여 자국 앞바다에서 건져 올렸으니 당연히 보물도 자국 소유라며 유물 보관 박물관까지 세울 태세였다.

스페인은 또 ‘산호세 호’가 스페인 국왕의 소유였고, 가라앉을 당시 배에 있던 군인과 선원 600여 명도 모두 스페인 사람이었기 때문에 보물의 소유권이 스페인에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다 페루는 배에 실린 보물들이 대다수 고대 페루 왕국 유물로 페루를 식민 지배했던 스페인이 약탈한 것이기 때문에 보물 소유권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분쟁은 2012년 미국 고등법원이 스페인의 손을 들어줘 보물 전량이 모두 스페인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결론 났다.

수중 문화유산 보물선은 유네스코 보호협약에 선체는 선적국 소유지만 배에 실린 보물은 인양한 국가 소유로 돼 있다. 하지만 이는 구속력이 없다. 울릉도 앞바다에서 보물선 탐사 작업을 해온 신일그룹이 저동 1.3㎞ 해저 434m에서 선체에 이름이 선명하게 찍혀 있는 러시아 순양한 ‘돈스코이호’의 실체가 확인 했다. 돈스코이 호는 1905년 러일전쟁에 참전, 일본군 공격을 받고 침몰했다. 이 배에는 금화와 금괴 5000 상자 등 150조 원 규모의 보물이 실려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신일그룹은 탐사 발견자이기 때문에 유일한 권리자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인양이 이뤄지면 러시아 정부가 소유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산호세 호’의 선례가 주목되는 이유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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