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온 개조한 마린온, 기체결함 등 배제 못해

지난 17일 오후 4시 45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서 해병대 상륙기동 헬기 ‘마린온’이 추락하고 있다. 해병대사령부 제공

지난 17일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의 메인로터(주 날개) 전체가 떨어져 나간 후 추락한 것으로 확인돼 기체결함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8일 해병대가 공개한 사고 당시 CCTV 영상에는 이륙 후 4~5초만에 사고 헬기에서 날개가 분리돼 동체가 추락했다.

약 10m 상공에서 날개가 분리된 것으로 보이며 날개를 고정하는 장치 부분에 결함 혹은 정비문제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병대 등에 따르면 이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로터가 빠진 사고 헬기는 순식간에 추락했고 사고 이후에도 날개는 상당 거리에 떨어진 채 발견됐다.

이와 함께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헬기는 순직자들이 탑승한 동체와 헬기 꼬리 부분이 분리된 상태였다.

이 동체는 완전히 뒤집힌 채 떨어져 전소한 반면, 헬기 꼬리에 불이 붙은 흔적은 없었다.

또, 사고 발생지점 인근 약 100m 지점 잔디밭에 땅이 파헤쳐진 자국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기체결함이나 정비불량으로 인해 헬기의 회전날개가 통째로 떨어진 뒤 8t가량의 동체가 뒤집혀 추락하면서 폭발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10m의 높이에서 추락하더라도 날개가 있었다면 폭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18일 해병대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시작된 현장조사에는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와 헬기 제작사인 KAI(한국항공우주산업), 항공품질연구원 등의 항공사고담당관 등 23명이 참여했다.

사고 현장 조사는 기체 잔해를 중심으로 육안 검사를 진행한 후 정밀감식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조사관들은 헬기 잔해와 추락 장소로부터 반경 약 100m를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해병대 관계자는 "헬기 잔해가 심하게 훼손돼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사고 현장에서 확보한 블랙박스 분석을 통해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조사 결과에 따라 기체 결함이 원인으로 밝혀진다면 매해 4~6대를 납품해 오는 2023년까지 마린온 28대를 전력화한다는 군 당국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한편, 이번에 추락한 마린온은 육군에서 사용되는 기동헬기 수리온을 개조한 것으로 현재까지 수리온의 로터가 완전히 분리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리온은 지난 2012년 말 전력화된 이후 잦은 사고를 내며 결함 논란을 일으킨바 있다.

지난 2015년 1월과 2월, 수리온 2대가 엔진과속 후 정지 현상으로 비상착륙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도 수리온 1대가 같은 현상으로 추락했다.

또 2014년 8월에는 수리온 1대가 날개와 동체 상부 전선절단기의 충돌 후 파손으로 이어져 엔진이 정지하기도 했다.

이에 감사원은 지난해 7월 감사결과를 통해 수리온이 전투용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비행 안전성도 갖추지 못한 상태로 전력화됐다고 발표했다.

당시 감사원은 수리온이 결빙성능과 낙뢰보호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엔진 형식인증을 거치지 않아 비행 안전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며 전력화 재개 결정을 내린 장명진 방사청장 등에 대해 수사를 요청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리온의 개조형인 마린온에서도 추락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수리온 계열 헬기의 안전성을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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