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단체, 증거 모아 고발···업주들, 생업인데 조사까지 '억울'
경찰, 현행법상 학대만 처벌 가능

최근 대구동물보호협회와 대구 북구 칠성시장 내 속칭 ‘개 골목’ 개고기 판매 업주들 간에 마찰이 일고 있다. 사진은 칠성시장 내 개 골목의 한 건강원 앞에 우리에 갇힌 개들 모습. 경북일보 DB.
‘개 식용’ 논쟁이 격렬한 가운데, 대구의 동물보호단체가 칠성시장에 있는 속칭 ‘개 골목’의 개고기 판매 업주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개를 도축하는 과정에서 학대하는 등 동물보호법을 위반했다며 형사고발한 데 이어 강력한 개 식용 철폐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매달 주말에 개 식용 반대 집회를 여는 범위를 넘어서서 고발까지 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대구동물보호협회는 지난달 23일 칠성시장 개 골목에서 개들의 신음이 들린다는 제보를 접수했고, 개 골목 한 건강원에서 도축의 흔적들을 찾아냈다. 털을 뽑는 기계와 잔털 태우는 가스통, 쇠막대기 등 도축 도구를 비롯해 바닥 핏자국 등을 확인했고, 철창에 갇힌 20여 마리의 개가 보는 앞에서 도축한 증거가 될 만한 사진과 영상까지 챙겼다. 곧바로 112에 신고한 뒤 고발장을 접수했고, 대구 북구경찰서에서 고발인 조사까지 받았다.

동물보호법 제8조(동물 학대 등의 금지)에 따르면,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개와 고양이는 축산물위생관리법의 대상이 아니어서 도살하더라도 처벌할 근거가 없고, 동물보호법상 학대 행위만 처벌할 수 있다.

도살장을 촬영한 협회 관계자는 “개들을 하나의 우리에 몰아넣어 움직이지도 못하게 만들었고, 개들이 살아있는 동안에도 제대로 관리받지 못하는 비참한 현장이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식용으로 팔기 위해 개를 도축한 건강원 업주는 “40년 업으로 삼은 일인데, 경찰 조사까지 받아야 하니 억울하기만 하다”면서 “건강원을 무단으로 침입해 촬영한 것도 모자라 범죄자 취급하는 동물단체에 화가 머리끝까지 날 뿐”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개고기 팔아 자식 키웠는데 동물보호법이 그렇다면 처벌은 감내하겠지만, 솔직히 황당하다”고도 했다.

개 골목 내 업주들도 예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한 개고기 판매 업주는 “자기들은 먹고살 만해서 개를 안고 키우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먹고살려고 개를 옆에 둔다”며 “매달 찾아와서 확성기로 소리 지르고 고발까지 한 것은 너무하다”고 하소연했다.

북부서 지능팀 관계자는 “업주에 대한 일부 증거들이 단속 등을 통해 수집됐지만,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다른 개가 지켜보는 가운데 개를 도축하는 동물 학대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고,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대구동물보호협회는 지역 내 개 식용 철폐를 위해 21일 칠성시장에 이어 26일 북구청 앞에서 집회를 이어나가는 등 중복인 27일까지 집중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북구청도 말복까지 칠성시장 개 골목 현장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북구청 관계자는 “말복까지 개고기 판매 업소 위생 상태와 관리에 대해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고 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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