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 앞발 꺾였다 일어서서 맞은편 내 자동차 쪽
앞서 건넌 암캐를 향하고 있다, 급정거하며
경적 울리다 유리창 밖 개의 눈과 마주쳤다
저런 눈빛의 사내라면 나를 통째로 걸어도 좋으리라
거리의 차들 줄줄 밀리며 큼큼거리는데
죄라고는 사랑한 일 밖에 없는 눈빛, 필사적이다
폭우의 들녘 묵묵히 견뎌 선 야생화거나
급물살 위 둥둥 떠내려가는 꽃잎 같은, 지금 네게
무서운 건 사랑인지 세상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간의 생을 더듬어 보아도 보지 못한 것 같은 눈
단 한 번 어렴풋이 닮은 눈빛 하나 있었는데
그만 나쁜 여자가 되기로 했다
그 밤, 젖무덤 출렁출렁한 암캐의 젖을 물리며
개 같은 사내의 여자를 오래도록 꿈꾸었다
(감상) 반대로 남자도 “사랑한 일 밖에 없는 눈빛”을 가진 여인을 꿈꾸었으나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네. 가진 것이 없어 시도조차 못하는 자신의 옹졸함이여. 이것저것 이득을 따져가며 차일피일 미루는 비겁함이여. 아주 사소한 것을 트집 잡아 자신을 우위에 두는 위선이여. 지레짐작으로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 줄 거라는 착각이여. 그러니 사랑 한번 제대로 못하고 독신이 되어 죽을 수밖에. 개같은 사랑을, 아니 개보다 못한 사랑조차 하지 못하는 이유는 남자나 여자나 바라보는 눈은 똑같다는 사실을 망각했기 때문임을. (시인 손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