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골라먹는 재미에 낭만+인심은 덤으로···달보고 장보고 夜 신난다

중앙시장 내 야시장 입구
경주의 최대 재래시장인 경주중앙시장이 특별해졌다. 다른 동네의 여느 시장과 다름없이 저녁 무렵이 되면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아버려 인적이 뜸하던 이곳에 매일 밤이 되면 불이 환하게 켜지고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

중앙시장은 지난 2016년부터 야시장을 개장해 운영해오고 있다. 침체된 전통시장을 활성화 하기 위해 경주시의 2014년 야시장 활성화 사업에 공모에 뽑혀 확보한 사업비로 조성됐다. 여름철인 요즘은 1시간 늦춘 오후 7시부터 12시까지 경주의 밤을 밝히고 있다.
경주중앙시장 전경
경주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대표 관광도시다. 과거 천년왕국의 신라의 수도로서 불국사와 석굴암 등 다양한 역사 유적들을 보유하고 있다. 토함산과 남산 등 경주 전역에 수많은 문화유산이 산재돼 있어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역사 도시다. 보문단지와 계림월성지구에는 계절마다 다양한 꽃들이 만발해 사시사철 많은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경주는 밤이 아름다운 도시로도 유명하다. 밤이 되면 경주의 주요 관광지 곳곳에 화려한 조명이 수 놓이고 밤을 즐기려는 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다양한 볼거리 천국인 경주이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좋은 볼거리와 체험거리도 중요하지만 여행은 먹거리 투어로 완성이 된다. 최근 유명세를 탄 황리단길과 함께 경주중앙시장의 야시장도 경주 먹거리 여행 중에 한 축이 됐다.
야시장 전경
야시장은 중앙시장의 도로변에 마련돼 있다. 음식을 판매하는 매대가 일렬로 정렬돼 있어 방문자들은 단순한 동선으로 이용을 할 수 있고, 각 포차에서 구매한 음식들은 매대 앞에 일렬로 준비돼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먹을 수 있다. 각 매대의 디자인과 상인들의 복장을 통일시켜 전반적으로 일관되고 깔끔한 느낌을 준다. 조금씩 다양하게 먹을 수 있도록 ‘빅4’ 쿠폰을 판매하고 있고, 1만 원 이상 구매 손님에겐 30분 무료 주차를 할 수 있는 주차권을 지급하고 있는 등 세심하게 신경을 쓴 흔적이 많이 보인다.
다양한 먹거리들
야시장에는 현재 26개의 포차가 운영 중에 있으며, 제각각 중복되는 종목이 없이 다양하고 트랜디한 퓨전 먹거리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품목도 폭립 등갈비, 석쇠불고기, 전통육전, 삼겹살김밥, 초밥, 쌀국수, 케밥 등 이름만 들어도 침이 고일 만큼 먹음직한 메뉴가 다양하다. 실제 케밥 등 몇몇 부스는 외국인이 직접 운영을 하고 있어 국경을 넘은 다양한 음식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사실 전통시장은 불편하다. 일단 접점의 시작점인 주차부터 불편하다. 시장 옆 공영 주차장은 작고 별도의 주차비용이 들어간다. 대형 마트처럼 깔끔하게 정돈된 쇼핑 환경도 가지질 못하고, 카트 같은 편의시설도 부족한 편이다. 특히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는 이용자가 실온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도 전통시장이 가지고 있는 단점이다. 대형 마트에 비해 편의성도 떨어지는 데다 바가지에 불친절하다는 오명까지 덮어쓰고 있으니 시장 측과 지자체가 다양한 제도와 방안을 내 놓아도 좀처럼 활성화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대형 마트와 똑같이 만들자는 뜻은 아니다. 전통이라는 것은 때로는 불편하지만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우리의 자산이다. 재래시장도 많이 변하고 있다. 보수적일 수밖에 없던 상가협회 등에서는 혁신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젊은 피를 수혈해 좀 더 진보적인 콘텐츠를 채우고, 다양한 문화를 융합하는 등 아름다운 도전을 하고 있다.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역할로서의 공간이 아닌 전통을 체험하고 복합 문화를 경험하는 공간으로 활성화 시켜 지역의 관광자원으로서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이런 시도는 대형 마트 등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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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 상품권의 출시는 칭찬할만하다. 포차마다 제품의 단위 가격대가 평균 5~6000원 정도에 형성이 돼 있는데, 먹어보고 싶은 아이템은 많고 다 먹어보자니 지갑도 위장도 부담이 된다. 야시장 운영위에서는 이런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을 한듯하다.
야시장 빅4 쿠폰을 이용하면 저렴하고 다양하게 맛을 볼 수 있다.
야시장 전 품목 중 4가지를 골라 담을 수 있는 ‘빅4’ 상품권을 유통하고 있다. 1만 원에 4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음식을 담는 4구 용기는 아무 포차에서나 구매할 수 있다. 용기와 쿠폰을 가지고 먹고 싶은 음식을 파는 포차에 제시를 하면 음식을 담아준다. 물론 개별 구매하는 것보다 양은 절반 정도로 적다. 하지만 오히려 한정된 위장 속에 다양한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는 양이 적은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혼자 가도 4가지를 먹을 수 있고, 둘이 가면 무려 8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비주얼 좋은 폭립 등갈비
4구 용기를 들고 이곳저곳 매대를 다니며 음식을 담는다. 마지막 한 구를 채우기 위해 큐브스테이크가 있는 포차 앞에 섰는데 이 포차의 줄이 제일 길다. 이 포차의 상인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밀린 주문을 쳐내기에 바쁘다. 한여름 더위가 저녁까지 이어지는 데다 포차의 조리 열기로 시장 안은 제법 덥다. 그래도 저녁 8시가 좀 넘으면 사람들이 제법 많이 늘어서 제법 활기가 넘친다.
조리냄새로 발목을 잡는 석쇠돼지불고기
매대 앞에 줄을 서다가 한 칸 옆에서 진동하는 석쇠불고기를 굽는 냄새에 이끌려간다. 용기의 마지막 한 칸을 불고기로 채운다. 드디어 빅4가 완성됐다.
완성된 빅4
야시장의 주요 구성이 먹거리 위주인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시장의 한쪽에서 기타를 튕기며 라이브 음악이 연주되고 있긴 하지만 프리마켓이나 각종 공연 또는 체험거리 등의 다양한 콘텐츠가 복합적으로 융합된 문화의 장을 꾸려보는 것은 어떨까. 먹거리도 중요하지만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된 경주만의 전통 콘텐츠가 있을 것이다. 관광객들이 이곳에 왔을 때 경주에 왔다는 생각이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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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이재락 시민기자

다양한 문화와 예술, 먹거리가 잘 접목이 된 것으로 유명한 광주의 대인야시장이나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대구 서문시장 야시장 등 좋은 선례를 남긴 전국의 야시장들을 잘 벤치마킹한다면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견줄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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