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가 야심차게 도입키로 한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의 지난 17일 사고 순간을 담은 동영상은 충격 그 자체다. 이륙 직후 4~5초 만에 10m 상공에서 헬기의 주 회전날개 로터가 축과 함께 떨어져 나갔다. 날개를 잃은 동체는 그대로 활주로에 추락해 전소 됐다. 이 사고로 베테랑 조종사 등 해병대원 5명이 목숨을 잃고, 1명은 중상을 입었다. 군 작전에 사용될 헬기의 날개가 통째 떨어져 나간다는 것은 만화영화에나 나올 법한 믿지 못할 일이다. 지금까지 우리 기술로 개발된 무기들의 부실로 인해 젊은 장병들의 귀중한 생명을 잃은 것이 한둘이 아니지만 이번 헬기 사고는 용납할 수 없는 인재(人災)다.

이 사고는 헬기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 주관으로 정기 정비를 받고 확인 비행 중 일어났다. 군 소식통은 사고 직전 프로펠러 부분에서 소음과 진동이 발생했다는 말을 했다. 기체의 근본적인 결함인지, 정비 불량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할 부분이다.

마린온은 잇단 사고로 ‘깡통헬기’란 조롱거리가 된 ‘수리온’을 기반으로 해병대 상륙작전에 적합하도록 개조한 헬기다. 마린온의 기본 모델인 수리온은 2015년 12월 추락사고를 비롯 같은 해에만 비상착륙 등 3차례, 지난해에 한 차례 등 크고 작은 결함과 사고로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모체 격인 수리온에 이어 개조된 같은 계열의 헬기가 대형 사고를 낸 것을 보면 전반적인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감사원도 지난해 7월 수리온이 결빙성능과 낙뢰보호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으며 엔진 형식인증을 거치지 않아 비행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같은 비행 안전성이 문제 되는 헬기를 전력화한 점을 문제 삼아 장명진 방사청장 등을 수사 의뢰 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문제가 된 수리온의 날개를 접을 수 있게 개조한 것이 마린온이다. 헬기의 날개는 안전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핵심 부분으로 고속회전으로 인해 미세한 오차가 있어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마린온은 물론 수리온까지 설계와 기체 결함 등에 대해 백지 상태에서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 또한 정비나 부품의 결함 등 사고의 발단이 될 수 있는 모든 부문에 조사가 이뤄져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생때같은 5명의 젊은 목숨을 앗아간 사고의 원인 규명도 되기 전에 청와대는 엉뚱한 논평을 냈다. 김의겸 대변인은 “수리온 헬기의 성능과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했다. 순직 장병과 부상자에 대한 애도와 유가족 위로가 먼저였어야 한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조사가 먼저인데 이래서야 문제의 해결이 될 수 있겠는가. 또한 사고 현지에서는 기자들이 유족들 조차 공식적으로 만나지 못하게 하고 있고, 군의 브리핑을 통해서만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사고에 대한 통제와 깜깜이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구시대적 사고 대응이 어디 있나. 이런다고 태국이나 이라크 등 국산 헬기 구매 국가들이 모르겠는가.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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