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열 질환 8명 사망·가축 110만여 마리 폐사·식중독 급증

35도를 넘는 찜통더위가 지속되고 있는 지난 18일 오후 부산 동구의 한 쪽방에서 한 어르신이 선풍기와 부채로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곳의 실내 온도는 34도 이상이었다. 연합
연일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열사병 등 온열환자가 속출해 사망자가 발생하고 가축과 어패류 집단 폐사해 피해가 재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올해 들어 유독 폭염이 기승을 부려 사람과 가축 등에 피해를 주고 있지만 대책은 속수무책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장마가 그친 뒤 11일째 이어진 찜통더위가 20일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모든 내륙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지는 등 한반도에 불어닥친 폭염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폭염경보는 하루 최고기온이 35℃, 폭염주의보는 33℃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지속할 것으로 전망될 때 내려진다.

◇숨 막히는 폭염과 열대야 이어져

대구와 경북 포항에 열대야가 9일째 이어졌다.

대구기상지청에 따르면 21일 아침 최저기온은 포항 27.8도, 울진·울릉도 26.4도, 대구 25.7도, 안동 24.8도, 상주 24.0도, 경주 23.6도 등이다.

대구와 포항은 9일 연속 아침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기상청은 이날 대구와 경북 낮 기온이 34∼38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별 낮 최고기온은 대구와 영천·경산 38.0도, 구미·안동·상주 37.0도로 각각 예보했다.

1973년 열대야 관측을 시작한 이후 대구는 2001년에, 포항은 1994년에 각각 21일간 연속 열대야가 발생해 시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문제는 열흘 동안을 의미하는 중기 예보 상으로 대구·경북지역에 당분간 비 예보가 없고 수은주도 떨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온열환자 800여 명 발생…8명 숨지는 등 인명피해 확산

보건당국의 각별한 당부에도 평년보다 4∼7도가 높은 기온 탓에 사망자는 물론 동물 폐사가 속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사망자 6명을 포함해 모두 801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최근에는 하루 온열질환자가 100명을 넘기는 경우가 많아 온열질환자가 조만간 1천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온열질환은 모든 연령대에서 열탈진, 열사병, 열경련, 열실신 등의 증세로 나타나는데 특히 50대 이상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경북에서도 폭염으로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20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김천에 사는 40대 여성이 집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경북도 관계자는 “여성의 아버지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며 “폭염에 따른 온열 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북에서는 현재까지 숨진 여성을 포함해 온열 질환자가 96명으로 늘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폭염에 의한 건강피해는 건강수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다”며 “물 자주 마시기, 항상 시원하게 지내기, 더운 시간대에는 휴식하기 등의 건강수칙을 꼭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위험시간대(12시∼오후 5시)의 활동을 줄여야 한다”며 “독거노인, 아픈 사람, 연약한 사람은 방문 또는 전화로 건강을 확인해 도움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돼지, 닭, 오리도 ‘헉헉’…110만여 마리 집단 폐사

가마솥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닭·돼지 등 가축 폐사도 잇따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20일 현재 돼지 7천128마리, 닭 104만750마리, 오리 3800마리, 메추리 2000마리 등 총 110만5878마리다.

경북지역에는 가축 폐사가 계속 증가해 닭 12만2100마리, 돼지 1879마리 등 12만3979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했다.

소는 더위에 비교적 강한 편이어서 아직 폐사신고는 없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대부분 더위에 약하거나 면역력이 약한 가축이 숨졌다”며 “폐사한 가축은 대부분 재해보험에 가입돼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축산과학원 관계자는 “가축이 폭염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질병 발생은 물론 생산성과 번식 능력이 저하되고,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가축과 축사관리 요령을 철저히 이행해달라고 당부했다.

◇학교병원선 식중독 ‘비상’, 일선 학교 단축수업 또는 조기 방학

연일 계속되는 더위에 식중독 사고도 잦아졌다.

지난 17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한 중학교 학생 20명이 집단 설사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았다. 학생들은 무더위에 상한 우유를 잘못 먹고 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폭염으로 각급 학교는 수업시간을 단축·조정하거나 일찍 방학에 들어갔다.

교육부에 따르면 폭염으로 이날까지 전국에서 281개 학교가 등하교시간을 조정하거나 수업시간을 단축했다.

◇폭염에 고수온, 양식장 ‘울상’…경북도 피해예방 총력

경북도는 도내 전 지역에 내린 폭염특보가 지속하고 바다 수온이 높자 양식어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비상관리체제에 돌입했다고 20일 밝혔다.

동해안 표층 수온은 24∼25도 정도로 평년 이맘때보다는 2∼3도, 냉수대가 찾아온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는 5∼8도가 높다.

수온이 28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는 해역에는 고수온 주의보를 내리고 28도 이상이 3일 이상 지속하는 해역에는 경보를 발령한다.

도는 이달 들어 고수온 현상이 지속함에 따라 수산물과 양식업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실시간 해양환경어장정보시스템 10곳 수온 정보를 어업인에게 신속히 제공하고 있다.

또 어업지도선을 이용해 예찰을 강화하고 해역별로 현장 대응팀을 꾸려 피해 최소화에 나섰다.

어업인들에게는 양식어류 조기 출하를 유도하고 재해보험 가입도 독려하고 있다.

양식장 수온과 용존산소량 수시 점검, 서식 밀도 낮추기, 어류 스트레스 최소화, 고수온 질병 발생 징후 시 신속한 조치 등 관리 요령도 홍보하고 있다.

도는 고수온 대응을 위해 양식시설 현대화사업, 수산생물 질병 관리 백신 공급 등 6개 사업에 38억 원을 투입했다.

도내 양식장은 163곳으로 강도다리, 전복, 넙치, 돔류 등 2400만 마리를 키우고 있다.

특히 강도다리, 조피볼락은 고수온에 약한 어종이다.

지난해 도내에서는 고수온으로 강도다리, 전복 등 64만5000마리가 폐사해 5억7000만 원 정도 피해가 났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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