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은 생각 없이 푸르고 생각 없이 자란다

생각도 아무 때나 자라고 아무 때나 푸르다

그 둘이 고요히 고요히 소슬함에 흔들릴 때

오늘은 웬일인지

소와 말도 생각 없는 풀을 먹고

생각 없이 잘 자란다고

고개를 높이 쳐들고 조용히 부르짖었다




(감상) 풀과 생각은 스스로 자라고, 풀을 먹는 소와 말도 생각 없이 잘 자랍니다. 자연은 아무 의식 없는 무위(無爲)의 경지에 이르는데, 인간은 자기를 비워서 남을 받아들이는 허수인(虛受人)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는지. 서로 좋아하면 아무 생각 없이 잠자리를 같이 하듯이, 시를 쓰면서 시를 쓴다는 의식이 없는 경지에 도달할 수 없으니 통탄할 노릇입니다. 완전히 착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착해지려고 노력하고, 남에게 최친절(最親切)할 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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