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의장에 오른 벤 버냉키의 별명은 ‘헬리콥터 벤’이다. 2002년 FRB 이사로 있을 때 경기가 디플레이션 상태에 빠지면 “헬리콥터로 공중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특급 소방수로 기용된 버냉키는 ‘헬리콥터 벤’이란 별명에 어울리게 양적완화(QE)와 제로금리 같은 비전통적인 변칙 통화정책으로 유동성 홍수를 일으켰다. 이런 그의 정책은 너무나 실험적인 것이어서 ‘도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전 하원의장 뉴트 깅리치는 “연준 역사에서 가장 인플레이션 친화적이고 위험하며 권력 지향적”이라고 버냉키를 평가했다. 텍사스 주지사 릭 페리는 버냉키가 의장인 FRB를 ‘매국적 집단’으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버냉키는 FRB 간부들에게 “우리가 매국이라면 우리 모두 매국노가 됩시다”라며 독립전쟁 당시 열혈 운동가 패트릭 헨리의 말로 응수했다.

버냉키는 2007~2009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직접 돈을 찍어내 시중에 공급하는 비정상적 극약 처방 통화정책을 폈다. 당시 이 정책은 국민에게 직접 돈을 주기 때문에 민중을 위한 양적 완화(QE for people)라 부르기도 했다. 이 정책으로 버냉키는 ‘헬리콥터 벤’의 이미지가 굳어졌다.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몇 달 전만 해도 낙관적이던 우리 정부가 “체감 경기와 민생이 엄중한 상황”이라며 세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고 나섰다. 올 하반기 4조 원 가까이 세금을 더 풀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 세금으로 저소득가구를 직접 지원키로 했다.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해 수혜자를 2배, 금액은 3배 늘릴 계획이다. 334만 가구에 3조8000억 원이나 지원한다. 334만 가구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의 17%로 5가구 가운데 1가구가 해당 된다.

가히 ‘헬리콥터 정부’라 할만하다. 정부 재정으로 ‘소득주도 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은 허구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려면 재정 아닌 산업정책을 펴야 한다. 세계 기축통화 달러를 가진 버냉키의 미국과 우리의 현실은 다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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