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일행이 지난 18일 대구시와 경북도를 잇따라 방문했다. 경북도를 방문한 한 수석은 “경북과 대구의 예산을 더 세밀히 꼼꼼히 챙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경북과 대구의 ‘정부 예산 패싱’이 심각한 지경이다.

당장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으로 경북도가 추진하려던 원자력 관련 국책사업이 모두 백지화되게 생겼다. 도가 정부에 요청한 주요 사업 관련 국비가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는 방사선융합기술원 설립 92억 원, 원자력안전연구원 설립 50억 원, 국가원자력안전규제전문인력센터 설립 20억 원 등의 국비 요청을 했지만 해당 부처에서 아예 전액 삭감했다. 한 정무수석이 “세밀히 챙기겠다”고 했지만 살펴볼 서류에서 조차 이미 빠져버린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경북도가 정부에 건의한 내년도 사업 예산 5조4119억 원 중 반영된 액수가 3조3820억 원에 그쳤다. 이는 경북도가 정부에 요청한 금액의 62%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도가 요청한 SOC 분야 예산 3조1045억 원 중 부처 예산에 포함된 것은 고작 1조9097억 원에 지나지 않았다. 농도 경북의 농림수산분야도 8532억 원 중 6507억 원, 환경은 5051억 원에서 2857억 원만 반영됐고, 문화관광 분야도 1563억 원을 요청했지만 1013억 원만 포함되는 데 그쳤다.

경북도가 요청한 위급한 신규 핵심사업들도 대부분 제외됐다. 경주와 포항 지진 대책으로 추진하려는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전체 사업비 2000억 원)과 국가방재교육공원 조성(1000억 원), 공공시설물 내진보강 사업(2555억 원)까지 제외됐다. 포항 지진이 발생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이낙연 국무총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여야 대표 등이 앞다퉈 찾아와 지진 안전과 관련해서는 무엇이든 적극 지원하겠다 약속 했지만 핵심 사인인 예산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도가 국비가 필요한 25개 신규 핵심사업을 계획해 예산 반영을 요청했지만 국가세포막 단백질연구소 설립, 하회마을 방문객센터 건립, 산불방재센터 건립, 스마트 혁신 밸리 조성 등 17개 사업도 송두리째 빠져버렸다.

대구도 마찬가지다. 대구시가 내년도 국비 사업 예산 3조4000억 원을 요구했지만 2조8000여 억 원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가 올해까지 9년간 국비 3조 원 이상을 확보했지만 내년 예산은 3조 원 이하로 떨어져 10년 전 수준으로 전락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의 정부 예산 1, 2차 심의에서 이처럼 경북과 대구의 ‘정부예산 패싱’이 현실화 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달 1일부터 10일까지 미결, 쟁점 사업에 대한 마지막 심의가 남았다지만 만회하기는 역부족일 것이란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북과 대구 ‘인사 패싱’에 이어 ‘예산 패싱’이 현실화 되고 있어서 지역 발전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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