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시설 잘갖춘 대형마트·패스트푸드점 매출 급증
더위 피해 심야시간대 '올빼미 쇼핑객'도 크게 늘어
재래시장은 손님 발길 뚝 끊겨···상인들 한숨 소리만

연이은 폭염주의보, 폭염경보에 재래시장 상인들의 마음도 타들어간다. 22일 오전 11시 경 포항 죽도시장. 33도를 웃도는 날씨에 시장 거리는 한 눈에 봐도 한산하다.
“너무 더워서 아이들과 햄버거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려고 나왔습니다. 근데 저 같은 사람이 꽤 많네요.”

주말인 지난 21일 밤 11시께 포항시 북구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전모씨 (여·63)는 빵빵한 에어컨 아래 앉아 주위를 둘러보며 웃었다.

이곳은 밤 11시가 지난 시간임에도 사람들로 붐볐다.

매장 관계자는 “폭염과 열대야가 시작된 이후 야간시간대 방문객들이 급격히 늘었다”고 귀띔했다.

올여름 장마가 일찍 끝나면서 7월 중순부터 35℃ 웃도는 폭염이 열흘이상 기승을 부리면서 소비패턴도 바뀌었다.

냉방시설이 잘 갖춰진 대형마트와 패스트푸드점 등에는 늦은 시간대 손님이 늘어난 반면 냉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재래시장 등은 발길이 끊겨 울상을 짓고 있다.

소비자들이 찌는 듯한 더위를 피하기 위해 쇼핑시간을 심야시간대로 미루거나 열대야로 집안에 있기 힘든 사람들이 더위를 식히러 시원한 곳을 찾아 나선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로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등은 평소보다 고객 수가 5~10%가량 늘어난 데다 폐점을 앞두고 한산한 시간대인 밤 11시를 넘어서까지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 이마트 포항이동점에 따르면 7월 들어 오후 8시 이후 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약 10%(매출액 기준)가량 늘어나면서 지난 20일부터 8월 19일까지 폐점시간을 밤 11시 30분까지 30분 연장시켰다.

이마트 포항이동점의 경우 7월 들어 지난 18일까지 매장에서 구매한 사람이 8만2289명으로 전달 같은 기간 7만8446명 대비 5% 증가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심야시간대 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구신세계백화점도 지난 주(14일~21일) 매장을 찾은 고객이 전년 동기대비 11%나 늘어났다.

지난 21일 이마트이동점에 만난 주부 이모씨 (여·36)는 “딸아이 문화센터 수업을 들을 겸 마트에 왔다”며 “점심을 이곳에서 해결하고 장을 본 후 오후 늦게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채모 (여·44)씨는 “요즘처럼 무더위에 낮에는 밖으로 나올 엄두도 안나 아예 저녁 시간을 이용하게 된다”며 “밤늦게 마트쇼핑을 이용하면 피서까지 겸할 수 있고, 남편 도움도 받을 수 있어 일거양득 아니냐”고 밝게 웃었다.

포항시 우현동 탑마트 관계자도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한낮 매출은 다소 줄어든 반면 저녁시간 대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구미 롯데마트 역시 6월보다 7월 일 평균 고객이 11% 증가했다.

여름 성수품 매출도 자연스레 지난해보다 스포츠용품 31%, 생수 25%, 돼지고기 15.1%, 복숭아 12.4%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면, 연일 35℃를 웃도는 폭염이 쏟아지면서 재래시장을 찾는 소비자의 발길은 뚝 끊어져 대형마트와 대조를 이뤘다.

포항지역의 경우 지난 10일 이후 오전 9시만 돼도 30℃를 넘어서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동해안 최대 재래시장인 죽도시장은 그야말로 한산하다 못해 적막한 모습이다.

재래시장을 찾던 소비자들이 더위를 피해 대형쇼핑몰로 몰리면서 일어난 변화다.

22일 오전 11시 평소 주말마다 발길이 채일 만큼 붐비던 죽도시장은 한 눈에 봐도 한산하다는 느낌이 들 만큼 조용한 모습을 보였다.

더위에 약한 생선이나 채소장수들은 행여 상하거나 시들지 않을까 연신 얼음과 물을 뿌리며 애를 써보지만 손님은 찾아보지 못한 채 가마솥 같은 더위 속에서 물러가는 상품들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다.

한 상인은 “한낮에는 손님 구경조차 힘들다. 뜨거운 햇볕에 아스팔트 지열까지 펄펄 끓는데, 누가 돌아다니겠느냐”며 “그나마 새벽시장에 식재료 납품업자나 주부들이 좀 찾고, 한낮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건어물을 판매하는 허모씨는 “오늘은 대형마트 휴무로 손님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다”며 “재래시장의 시설과 환경이 좋아졌다고 해도 대형마트에 비해 부족한 냉방시설 등의 이유로 많은 고객을 빼앗기고 있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그나마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 외부 관광객이 좀 늘어나기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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