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3인방, 지역위원장 자리 두고 난타전

6·13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구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인 3인방이 지역위원장 자리를 놓고 편 가르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집권여당의 당원으로서 고도의 책임의식 없이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수성을 지역위원장 자리를 꿰찬 이상식(52)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 임대윤(60) 전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사회조정1비서관, 이승천(56) 전 국회의장 정무수석 비서관이 주인공이다. 모두 쟁쟁한 1급 공무원 출신이다.

싸움의 출발점은 4월 18일이다. 대구시장 예비후보 1차 경선에서 3위로 탈락한 이승천 당시 예비후보는 이상식 예비후보 지지 선언을 하면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눈시울도 붉혔고 술을 먹고 그 자리에 왔다는 말도 했다.

그랬던 그가 말을 바꿨다. 동구을 지역위원장 공모에 신청하면서다.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발언을 번복하게 된 점 당원동지 여러분께 사과드리며, 혜량 해주시길 바란다”면서 “‘필즉생’의 각오로 이상식 후보 지지의 진정성을 표현하기 위해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발언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상식 수성을 지역위원장이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18일 페이스북에 ‘이승천을 위한 변명’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도 한때 정계 은퇴 말씀 하셨으나 시대가 원해 다시 돌아온 바 있다”며 이승천 전 정무수석을 두둔했다. 그러면서 “대구시장 선거에서 정당지지율에 훨씬 못 미치는 득표를 했으면 후배를 위해 양보하는 것이 도리에 맞다”며 임 전 비서관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동구을 지역위원장 자리를 놓고 다시 경쟁을 벌이게 된 임대윤 전 비서관도 발끈했다.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상식 본인은 박근혜 부패 정권의 하수인으로 경찰에서 승승장구하지 않았는가. 민주당이 정권을 잡지 않았다면 아직도 그들과 호가호위할 인물이 아닌가”라면서 “박근혜 정권에서 배운 못난 공작정치의 습성을 버리고 민주적 훈련을 쌓기를 충고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상식 측과 이승천을 지원하는 사람들이 흑색비방 카드뉴스를 제작하고 배포하는 행위가 도를 넘었고, 관련한 양심 고백도 있다”면서 “당원들의 마음에 계속해서 상처를 남긴다면 더 이상의 관영은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원한 지역의 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싸움을 벌인 3명은 집권여당의 당원으로서 책임을 갖고 신중해야 하는 데, 오로지 국회의원으로 향하는 디딤돌인 지역위원장 자리를 놓고 전형적인 사익추구를 위해 편 가르기 싸움판을 벌였다”면서 “대구 유권자들에게 대구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던 사람들의 모습과 정반대의 행태”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교수는 “술 한 잔 먹고 정계 은퇴를 선언한 이나, 그를 두둔하기 위해 가치를 지향하면서 싸우다 정계 은퇴까지 선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들먹이는 이나 똑같다”면서 “대구 유권자 중에는 민주당이 좋아서라기보다 자유한국당이 미워서 표를 준 경우가 많다. 지금이라도 기본을 다시 다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승천 전 정무수석은 21~22일 진행된 동구을 지역 권리당원 대상 ARS 투표에서 임대윤 전 비서관을 누르고 동구을 지역위원장으로 선정됐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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