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후버가 당선됐다. 후버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 계속 호황을 누리고 있어 번영이 지속 될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전문가들도 “미국 경제는 여전히 건재하다”고 호언 했다. 그 같은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주식시장에서 등락이 심하게 반복됐다. 1928년 10월 23일 수요일 마침내 주식시장에서 매도 주문이 쇄도하는 돌발사태가 발생했다. 다음날 10월 24일 이른바 ‘어두운 목요일(Black Thursday)’이 도래, 주식투매가 쏟아지면서 ‘팔자’ 소리뿐 ‘사자’ 소리는 한마디도 들리지 않았다. 이 같은 대공황 신호에도 후버 대통령은 “이 나라의 기본적인 산업 즉, 상품생산과 분배는 여전히 건재하며 또한 번영을 약속해줄 만한 기반 위에 서 있다.” 큰소리쳤다.

하지만 국민은 대통령의 호언을 믿지 않았다. 10월 29일 또 한 번의 대폭락으로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이 된 주식과 함께 대공황의 막이 올랐다. 후버 대통령 취임 7개월 만에 주식시장이 붕괴 된 것이다. 이 같은 최악의 사태에도 주식시장 붕괴는 단기적인 것에 불과하다 믿고 후버는 적절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후버의 그런 믿음은 근거 없는 판단의 소치였다. 경제가 불경기의 늪으로 더욱 깊이 빠져들어 가자 후버 대통령의 대중적 이미지도 더욱 나빠졌다. 그런데도 후버는 “미국 경제와 기업이 강력함에 대해 확신을 잃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며 여전히 큰소리쳤다.

그러나 그의 호언장담은 경기지수의 계속 악화로 허무맹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 경제가 극심한 불경기의 중병을 앓는데도 후버는 경제학자들의 경고를 묵살, 관세장벽을 높여 세계 경제의 붕괴를 가속화 시켰다. 경제위기에 대한 후버의 엇박자 대응은 자신의 ‘확증편향’에 대한 끈질긴 집착 때문이었다. 결국 후버는 1932년 대선서 프랭클린 루스벨트에 패배, 재선에 실패했다.

청년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은 문 닫을 판이라고 아우성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의 엇박자 인식이 후버를 닮았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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