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 독일 입양 30대 女 가족 찾아줘…24일 상봉

▲ 1987년 실종된 이후 독일로 입양가기 전 이씨의 모습. 대구경찰청 제공.
독일에서 프로 하키 선수로 활동하는 독일인 남편과 결혼해 1남 1녀의 자녀를 둔 이모(35·여)씨는 가족이 너무 그리웠다. 지난해 11월 10일 중앙입양원 홈페이지 ‘가족 찾기’ 게시판에 한국 이름과 독일로 입양된 날짜에서부터 입양 전에 머물렀던 보육원 이름, 입양 당시 사진 등을 올리고 부모를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씨의 친부(56) 또한 2016년 6월 15일 경찰서를 찾아가 “1987년 1월 13일 북구 산격동 할머니 집에서 나간 뒤 실종된 딸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별거 중이던 아버지의 손을 떠나 산격동 할머니 집에서 오빠(당시 6세)와 지내던 이씨(당시 4세)는 할머니가 장을 보러 간 사이 집 밖으로 나섰다가 생이별의 아픔을 겪게 됐다. 이씨를 임시 보호하던 중구 남산동 소재 백백합보육원에서는 신문에 광고까지 내면서 부모를 찾았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자 홀트아동복지회로 넘겼다. 그해 5월 15일 이씨는 독일로 입양됐다.

대구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은 일선 경찰서가 접수한 후에도 1년 동안 찾지 못한 실종 아동에 대한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했고, 무연고로 분류된 실종 아동들이 해외로 입양 간 사례가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하지만, 해외입양인 관련 기관과 입양인 SNS 모임 등 다양한 매체를 확인하며 수사를 벌였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중앙입양원 홈페이지에서 이씨의 이름과 사진을 발견했고, 백합보육원 등을 거쳐 독일로 입양됐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장기실종수사팀은 이씨의 유전자(DNA) 샘플을 국제우편으로 받았고, 친부의 유전자와 대조한 끝에 친자관계를 확인했다.

23일 남편과 입국한 이씨는 24일 오전 11시 대구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 사무실에서 아버지, 오빠와 상봉할 예정이다. 오후에는 이씨가 실종된 산격동 할머니집과 실종된 대도시장, 백백합복육원 등을 둘러본 뒤 1주일 간 가족과 보낼 예정이다.

대구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은 지난 5월 2일 프랑스 입양 50대 딸이 45년 만에 80대 노모의 품에 안기도록 주선하는 등 올해 3월부터 최근까지 해외 입양아동 8명을 가족과 상봉시키는 성과를 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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