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업체, 지난해 DPT 백신 결함 이어 백신 데이터 조작
누리꾼 "광견병 백신마저 가짜로 만드나" 분노…관련 기업 주가 폭락

식품·의약품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높은 중국에서 광견병 백신 제조사의 백신 생산기록 조작사건이 적발돼 의약품규제당국이 생산중단 지시를 내리고, 국가주석이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는 등 전국이 발칵 뒤집혔다.

특히 해당 업체는 작년에도 백신 결함이 적발된 데 이어 또다시 백신제조 관련 위법사실이 드러나 지방 당국의 관리감독이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23일 관영 신화통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은 전날 광견병 백신 제조와 관련해 데이터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 ‘창춘창성(長生)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대해 백신 제조 중단을 지시하고 불법생산에 관한 조사에 들어갔다.

의약품감독 당국은 동결건조 인간광견병 백신 생산과정에서 회사 측이 생산기록 및 제품검사기록을 조작하고, 공정변수와 시설을 임의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해외순방 중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날 현지에서 불법 백신 생산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더불어 책임자들에 대한 엄벌을 지시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시 주석은 인민군중의 건강을 시종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안전의 최대한계까지 단호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22일 리커창(李克强) 총리 역시 “국무원(내각 격)은 즉시 조사팀을 파견해 백신 생산·판매 전 과정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빠른 시간 내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어떤 기업, 사람이 연루되든 가차 없이 엄벌에 처하고 감독관리 직무유기도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리 총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인간의 도덕적 최저선을 깬 것으로 전국 인민에게 반드시 명백히 설명해야 한다”면서 “안심이 되는 생활환경을 인민대중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국은 관련 법규를 심각히 위반한 이유로 이 회사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인증을 취소하고 미사용 백신을 회수하도록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관할 지린(吉林)성 정부와 성(省) 식품의약품감독관리국은 회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용의자들이 공안부서로 이송될 예정이다.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과 지린성 식품의약품감독관리국은 제보를 받아 지난 5일 불시에 이 백신회사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고, 합동조사를 벌여 지난 15일 회사측이 동결건조 광견병 백신을 불법적으로 제조했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백신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회사 측이 보관해온 샘플에 대해 추가 실험을 시작했다.

모든 백신은 안전성 검사를 받아야 하며, 일정량의 백신은 발매 전 국가식품의약품총제기구의 약효 검사를 거쳐야 한다.

앞서 작년 10월 같은 회사에서 생산한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혼합예방백신의 결함이 발견돼 백신 생산이 중지된 바 있다.

이 회사에서 생산된 DPT 백신은 산둥성 질병예방통제센터에 무려 25만2천600개나 판매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제약기업인 우한생물제품연구소가 불량 DPT 백신 40만520개를 충칭(重慶), 허베이(河北) 등에 판매해 당국의 처벌을 받았다.

더욱 큰 문제는 중국 당국이 이러한 불량 백신을 누가 접종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접종했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 관계자는 “앞으로 중국 내 모든 백신 생산업체가 불시에 점검을 받게 되며 어떤 법규 위반도 엄중히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광견병 발생률은 근년 들어 점차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중국 누리꾼들은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라며 업체 측의 위법행위에 분노를 나타냈다.

아이디 ‘양(楊)00 샤오셴(小仙)’은 “이번 데이터 날조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고 싶다”며 “지금까지 맞은 백신은 약효가 있는지 없는지 관련 부서에서 명확히 해달라. 사람 목숨이 걸린 문제인만큼 모호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이디 ‘류산하이(劉山海)선생’은 “이 기업은 감독관리당국에 두번째로 적발돼 법 무서운 줄 모르는 듯하다”며 “징벌 강도를 높여 두 번 다시 이런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춘창성에서 생산된 백신을 딸이 접종했다고 밝힌 린모 씨는 “앞으로는 홍콩에서 딸의 백신 접종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나와 내 가족은 당국이 명백한 조처를 할 때까지 어떤 백신도 중국에서 맞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량 백신을 생산한 제약회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중국인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불량 DPT 백신을 생산한 창춘창성에 대해 지린성 보건당국이 부과한 벌금은 고작 340만 위안(약 5억7천만원)에 불과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순이익이 5억6천600만 위안(약 950억원)에 달한 것에 비춰보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중국 정부로부터 4천830만 위안(약 81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도 했다.

백신 스캔들로 이날 중국 증시에서 제약주가 폭락했다.

창춘창성의 주가는 지난 5거래일 동안 41% 폭락했고, 이날은 아예 거래가 정지됐다. 5일 동안 사라진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115억 위안(약 1조9천억원)에 달한다.

충칭즈페이, 화란 등의 다른 제약기업 주가도 이날 가격제한폭인 10%까지 폭락했다.

중국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에서는 지난 주말 ‘백신’이라는 단어가 무려 3억2천만 회 이상 등장해 이번 사태에 대한 중국인들의 충격과 분노를 짐작케 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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