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 ?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감상) 숲을 이루기 위해서는 간격이 필요하듯이, 사람 사이에도 거리가 필요합니다. 사람도 맹목적인 밀착이 아닌 간격의 중요성을 알아야 인간관계가 오래 갑니다. 성급함과 맹목적인 것은 금물이고, 인내와 적절한 예의가 필요합니다. “산불”이라는 큰 상처를 경험하고서야,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고 한층 성숙되어 삶의 공동체를 이루어 갈 것입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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