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의 한 가정집 베란다에 놓아두었던 계란이 자연부화 돼 병아리가 나왔다. 같은 날 부산 금정구 장전동 한 아파트에서는 창문 옆 의자 위에 놓아 두었던 라텍스 베개에서 불이 났다. 고온에 자연발화된 것이다. 지난 23일에는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 송추 1교 교량이 끝나는 지점 4차로 도로의 아스팔트가 3∼4㎝ 솟아올랐다. 고온에 아스팔트 도로가 팽창해 일어난 일이다. 폭염이 장기화 되면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24일에는 영천 신령면에서 자동기상관측장비로 기온이 40.3℃를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으로 기록됐다. 이런 끝 모를 폭염으로 대구·경북이 펄펄 끓고 있다. 대구와 경북의 폭염은 지난 12일부터 14일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시작된 대구와 포항의 열대야도 13일째 계속되고 있다. 다음 달 3일까지도 대구와 포항의 아침 최저기온이 25~26℃로 예보하고 있어서 2001년 열대야 최장 연속일 수 21일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기록적 폭염으로 지난 5월 20일부터 23일까지 온열 질환자가 1300명을 넘어섰고 14명이 목숨까지 잃었다.

사람 잡는 폭염 앞에 옛날 사람들의 피서법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 물 좋은 계곡에서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이나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다는 유두(流頭)는 요즘 같은 폭군 같은 더위에는 다 소용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솔밭에서 활쏘기, 느티나무 아래 그네타기, 넓은 정각에서 투호, 대자리에서 바둑, 연못 연꽃구경, 숲 속 매미 소리 듣기, 비 오는 날 한시 짓기, 달밤의 탁족. 다산 정약용의 더위를 식히는 여덟 가지 방법은 오히려 호사로 느껴질 뿐이다.

이제 도시인들의 피서법도 변했다. 에어컨 빵빵한 영화관이나, 이것 저것 볼거리 먹을거리도 많은 백화점, 대형 쇼핑센터, 각종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대구 엑스코 같은 컨벤션센터도 좋은 피서지다. 시원한 음료를 앞에 놓고 친구들과 얘기를 할 수 있는 커피숍 또한 도시인의 피서지로 각광 받고 있다. 폭염이 삶의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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