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노조 참여 진료 중단 사태···장기화 대비 임원 환자 퇴원 권고

대구가톨릭대 의료원 노조가 25일부터 파업에 들어감에 따라 외래 진료가 전면 중단됐다.
25일 오전 8시 30분께. 대구가톨릭대학 의료원 2층 접수처 앞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50대 여성이 접수처 직원과 말을 나누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이틀전 피부 질환 등으로 동내 병원에 갔지만 이후 증상이 오히려 심해졌다.

이날 좀더 큰 2차 병원 응급실을 찾은 뒤 다시 3차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대가대병원을 찾았다.

대가대병원은 이날 파업으로 외래 진료가 전면 중단됐다. 꼭 필요하다면 응급실로 가야 한다는 안내 직원의 말에 쌓였던 불만이 터졌다. 결국 발길은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정식 접수가 진행되면서 환자들이 몰려들자 곳곳에서 혼란이 일어났다.

파업 여부를 몰랐던 환자들은 접수처 앞에 걸려 있는 ‘외래 불가’ 안내를 본 뒤 다른 대학 병원으로 이동했다.

기존 예약 환자는 진료가 가능했지만 이마저도 일손이 딸리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A씨(61·여)는 “안내라도 미리 했으면 좀 여유를 가지고 병원에 왔을 텐데 아무것도 모르고 왔다”며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혼란이 이어지자 병원 측은 예약 환자에게 안내 문자를 오전 10시께부터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원 후 38년만에 처음으로 대가대병원 노조가 이날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으로 우려했던 진료 차질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파업이 예고되면서 노사는 필수유지인원을 놓고 협의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가 직권으로 노조원 중 50% 수준인 400여명을 필수유지인원 선정, 응급실 등 긴급한 부서는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문제는 외래의 경우 간호사 90%가 노조원이며 대부분 파업에 참여하면서 외래 진료는 중단됐다. 현장 당일 외래는 물론 앞으로 추가되는 예약 환자도 받지 않는다.

또한 전체 800여명의 간호사 중 70%가 노조원으로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병원 운영 자체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일반직원과 비노조원들이 일손을 돕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노조는 이날 파업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들을 쥐어 짜내면서 병원을 운영해왔다고 주장했다.

부족한 인력도 모자라 토요일 근무를 위해 시차근무를 도입했으며 평일 인력을 줄여 최소한의 인력으로 돌려막기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부서장들이 오래 동안 근무하면서 갑질이 도를 넘었으며 임금은 지역 대학병원 중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육아휴직자들은 육아급여도 받지못해 생활비를 걱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실질임금 인상, 주5일제 쟁취, 시차근무 폐지, 배치전환 원칙마련,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업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병원 측도 물러날 뜻은 없어 보인다. 병원 측은 파업 전날인 지난 24일 임금 인상을 기존 4%에서 5.5%로 인상한 안을 제시했지만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책임을 돌렸다.

노조에서 주장하는 20% 임금 인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대학 병원과의 임금 차이에 대해서도 다소 작은 것은 사실이지만 큰 차이는 없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기본급이 적은 대신 성과급이 지급되는 등 연봉으로 계산하면 200여만 원, 한달 평균 20여만 원이 적다고 항변했다.

앞서 노동청에서 지적한 3년치 연월차와 휴일 수당 등을 이미 지급했기 때문에 그 차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병원 측은 파업 장기화를 각오하고 있다. 750여명의 입원 환자를 전원 조치 등으로 200~300명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입원 환자들의 불편을 줄이겠다는 취지지만 파업 장기화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첫 파업인 만큼 양측 모두 물러날 수 없다는 절박함도 파업 장기화를 부추기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병원 관계자는 “이유를 막론하고 파업 등으로 진료에 차질이 발생해 송구하다”며 “계속해서 협상을 진행,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주치의 판단에 따라 부득이 퇴원을 권고 드리게 됐는데 이점에 대해서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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