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엔, 한 생애를

지느러미에 맡기고 살던 것들이

수평선 너머로 가고 싶은 마음인 채로 죽어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다 하는데

흩어진 시체가 고운 눈처럼 내린다 하는데

구만리 날고 싶은 눈먼 가오리

햇빛이 닿지 않는 바다 밑에 엎드려

수평선 너머로 가고 싶던 마음들을

펼친 날개에 고이 받고 있다 하는데





(감상) 날카로운 이빨이 아닌 물컹한 지느러미를 가진 족속들은 수평선으로 헤엄쳐 가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왜 수평선 너머로 가고 싶은 걸까요. 수평선 너머의 세상은 말 그대로 수평적이고 공평한 세상이니까요. 양심을 가진 족속들이 그곳에 가기에는 현실은 탐욕으로 넘쳐나고 수직적인 경쟁논리가 극심하네요. 그러니까 마음만 있고 꿈을 이루지 못해 흩어진 시체가 고운 눈처럼 내리네요. 탐욕적인 사람은 잘 먹고 잘 사는데, 양심을 지키려는 이는 목숨을 끊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네요. 누군가는 가오리처럼 하얀 재를 날개에 고이 받으면서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그 마음들을 이어가고 있네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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