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4년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민주당 후보 클리블랜드에게 10살짜리 사생아가 있다는 충격적인 비밀이 드러났다. 선거 참모들은 클리블랜드에게 그 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하라고 요청했다. ‘깨끗한 정치’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그에게 사생아 스캔들은 치명적이었지만 클리블랜드는 참모들의 요청을 단호히 거절하면서 “마리아라는 과부와 관계를 가진 적이 있으며 그와 사이에 아들이 태어났다”고 솔직히 시인했다.

클리블랜드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는 최대의 호재를 얻은 공화당은 그의 도덕성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클리블랜드의 승리로 끝났다. 유권자들은 비록 잘못이 있더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 정직한 지도자를 선택했던 것이다. 자신의 선거전에 메가톤급 치명타가 될지도 모르는 스캔들을 솔직히 시인한 용기를 높이 평가했다.

레이건 정부 시절 미 군부는 ‘대 이란 무기금수 조치’에도 불구하고 비밀리에 이란에 무기를 팔았다. 무기 판 돈으로 니카라과의 반군 콘트라를 지원했다. 미 CIA 서류를 싣고 가던 비행기가 니카라과에서 격추됨으로써 비밀거래가 폭로됐다. 이 불법거래 공작에 활동한 핵심 인물이 국가안보회의 참모 올리브 노스 해병 중령이었다.

그가 이란-콘트라 사건에 관련된 비밀 작전을 수행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만 그가 담당한 역할의 대부분은 흑막에 가려져 있었다. 문제는 레이건 대통령이 이 사건에 얼마나 깊숙이 관련됐는가였다. 미국의회는 진상조사에 착수, 청문회를 열어 노스 중령의 증언을 들었다.

“나는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다. 나는 많은 일들을 했으며 그 일을 한 것이 자랑스럽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을 내가 독자적으로 했다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나는 조국을 위해, 그리고 명령에 따라 거짓말을 했고, 속였으며 기만하는 모든 행동을 수행했다” 솔직하고 당당하게 진실을 털어놓은 노스는 오히려 국민으로부터 영웅 대접을 받았다.

‘드루킹게이트’에 관련된 김경수 경남지사와 여배우와의 밀회를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참고했으면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