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항아리 50여개 밀집···청동국자·깔때기도 출토

경주 성건동 형산강변에서 발견된 신라 창고 유적에서 대형 항아리 수십개가 나왔다.
경주시 성건동 형산강변 도시계획도로 개설부지 내 유적지에서 커다란 항아리 수십 개를 관리했던 신라 창고 유적이 나왔다.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인 서라벌문화재연구원(원장 박재돈)은 경주시 성건동 500-18번지 일대에서 진행한 발굴조사를 통해 발견한 8세기 무렵 건물터 유적 4기와 대형 항아리 50여 개, 배수로 시설 등을 26일 공개했다.

대형 항아리가 밀집한 창고 유적은 경주 황룡사터와 전북 남원 실상사 등지에서 확인된 것보다 항아리 개수나 상태 면에서 규모가 크고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폭 6m, 길이 150m의 길쭉한 지역을 조사했는데, 인접한 주택으로 범위를 확대할 경우 더 많은 항아리가 출토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저장시설로 추정되는 항아리는 조사지역 중앙에서 북쪽으로 약 30m에 걸쳐 총 50기가 확인됐다.

항아리는 대부분 윗부분이 사라졌으나, 지름과 높이가 약 1m였을 것으로 추정되며, 땅을 약간 파낸 뒤 항아리를 놓고 흙을 다져 고정한 것처럼 발견됐다.

차순철 서라벌문화재연구원 조사단장은 “항아리는 건물 안에 둔 것으로 판단되는데, 처음에는 규칙적으로 배치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간격이 흐트러졌을 것”이라며 “일부 항아리는 어깨 부분이 거의 붙어서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차 단장은 이어 “항아리가 깨지면 흙을 조금 채운 뒤 새로운 항아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재활용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며 “최대 네 번에 걸쳐 다시 사용한 흔적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항아리 안에서는 토기 조각과 기와가 출토됐으며, 일부 항아리에서는 청동 국자, 청동 자루, 청동 용기 뚜껑과 작은 바가지 두 개 분량의 뭉친 쌀겨가 나왔다.

또한 흙으로 빚은 깔때기와 항아리를 덮는 다양한 크기의 뚜껑, 금동 풍탁(風鐸) 끝장식, 안압지에서 나온 유물과 유사한 금동 원형 못머리 장식 등도 출토됐다.

차 단장은 “청동 국자와 깔때기가 있는 점으로 미뤄 항아리에 액체를 담았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항아리에서 발견한 쌀겨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분석 중인데, 결과가 나오면 당시 식생활에 대한 실마리를 더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단은 조사 구역에서 남쪽으로 약 200m 떨어진 곳에는 삼랑사지 당간지주(보물 제127호)가 있기 때문에 창고 사용 주체가 불교 사원으로 추정되나, 신라 왕실이 형산강변에 대규모로 조성한 창고였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차순철 단장은 “2010년에 조사 구역 서쪽에서 통일신라시대 건물터가 발견돼 동쪽에 항아리가 더 많이 남았을 수 있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창고 유적의 전모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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