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온열질환자 발생 현황, 최장 2~3일 이후에나 집계
통계 누락·오류 발생도 허다
지자체 긴급 상황실 설치 등 실시간 대응 체계 구축 시급

연일 계속되는 살인적인 폭염이 재난 수준으로 피해가 속출하면서 대응 시스템도 실시간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대두 되고 있다.

올해 폭염을 특별재난 수준으로 인식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폭염 피해를 집계하는 각 지자체의 시스템은 다른 자연재난 대응 능력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일 폭염이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26일 경북 경산 하양 낮 기온이 역대 최고인 40.5도까지 치솟았다. 이는 공식 기록은 아니지만 1990년대 방재 목적으로 설치한 AWS 관측으로는 역대 최고다.

이날 하양에 이어 영천 신령도 40.4도를 기록했다. 서로 인접한 두 곳에서 측정한 기온은 지난 24일 영천 신령에서 AWS 관측으로는 최고 수준을 보였던 40.3도 기록을 이틀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열대야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26일 아침까지 대구와 경북 포항에 14일째 열대야가 이어지는 등 대구·경북 대부분 지역에서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다.

낮엔 ‘폭염’을 견디다가 밤엔 ‘열대야’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나날이 2주째 계속되고 있다.

폭염과 열대야는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온열 환자가 속출하고 있고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도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폭염 특보가 15일째 이어진 대구·경북에서 온열 질환자가 급증하고 가축 피해가 속출했다.

25일 경북도와 대구시에 따르면 지금까지 경북 도내에서 발생한 온열 질환자는 154명이다. 전날 137명보다 17명 늘었다. 전체 환자 가운데 135명은 병원 치료를 받고 퇴원했고 18명은 입원 중이다. 사망자는 공식 집계로 1명이다.

경북지역 가축 폐사 피해는 전날 17만6526 마리에서 하루 만에 21만5136 마리로 증가했다. 닭과 오리가 21만2581 마리, 돼지 2555마리다.

30도를 훨씬 웃도는 폭염이 계속되자 경북도내 농가에서는 과수 잎이 마르거나 열매가 강한 햇살에 오래 노출돼 표피가 변색하고 썩는 일소 현상이 나타나 농민들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온열 환자와 가축 폐사, 과수 화상병 등 폭염피해가 속출해 재난급 피해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피해가 속출하자 정부는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지정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일선 지자체는 재난급 폭염 피해를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해서 상황실을 설치하는 등 실시간 대응 시스템 구축이 요구되고 있다.

피해 통계도 실시간 집계해 그에 맞는 대책 수립도 필요하다.

온열 질환 사망 또는 환자를 파악하는 시스템은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이틀 전에 발생한 온열 질환자 현황을 최신 발생 통계로 발표하고 있다. 각 응급의료기관 등이 전날 발생한 온열 질환자 현황을 질병관리본부의 질병보건통합관리 시스템에 입력하면 보건소와 광역지자체가 이를 단계적으로 확인을 거쳐 승인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를 토대로 전국 현황을 최종 집계한다. 결국, 질병관리본부의 공식 통계 발표까지는 최장 이틀의 시간이 소요돼 최신 온열 질환자의 현황이 지연 발표되고 있는 셈이다.

온열 질환자의 경우는 통계 누락도 발생하고 있다.

온열 질환과 합병증이 겹쳐 사망한 경우나, 응급의료기관이 아닌 요양병원 등에서 온열 요인으로 숨지면 현재 시스템으로는 집계할 수 없는 맹점도 나온다.

경찰의 변사 사건 처리 결과나, 119 응급 이송 현황, 응급의료기관 외 다른 일반병원의 온열 질환자 현황 등을 보완해 온열 질환자 현황을 정리해야 정확한 피해 상황을 집계할 수 있지만 대부분 지자체가 손을 놓고 있다.

신속하지 않은 폭염 피해 통계를 두고 시민들의 불만도 쏟아진다.

포항시민 김모(48)씨는 “피해 통계가 정확하고 신속하게 집계돼야 지역 특성에 맞는 폭염 피해 예방책이 시행될 텐데 통보받은 자료를 지자체 업무시간에 맞춰 특정 시간대에 일괄 공개하다 보니 피해 상황 집계가 최장 2∼3일 지연 발표되는 일이 생기고 있다”며 “폭염을 특별 재난급으로 대응하려면 대응 시스템도 실시간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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