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커다란 덩어리 반죽이던 것이
메기고 치대고 어르고 빗장걸며
치열하게 엉겨붙던 것들이
자물통을 열고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제곱승으로 길을 내며 기다란 면발들이
자기 알을 파먹으며 실을 뽑는 거미처럼
유연하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온다

저런 곳에 문이 있다니!

허공에서 날렵하게 열렸다 닫히곤 하는
문 앞으로 걸어간다 가볍게 집어올려져
덩어리 반죽 속으로 들어간다

컴컴하고 물렁거리는 알, 속에서
메기고 치대고 어르고 빗장걸며
기다린다 저 손이 나를 다 파먹을 때까지
손가락 끝에 매달린 자물통을 노려보면서




(감상) 자장면 집의 반죽덩어리에서 뽑아져 나오는 면발을 보면서, 시인은 큰 자물통이라는 생경한 이미지를 발견하고 면발이 문을 열고 쏟아져 나온다고 생각한다. 자물통의 보조적인 이미지로 나타낸 것이 물렁거리는 알로써 면발들이 나올 때는 문이었다가 들어갈 때는 알의 이미지로 구사되고 있다. 또 마지막 부분에서 시적 자아와 결부시키는 것도 잊지 않고, “나를 다 파먹을 때까지” 자물통을 노려보면서 기다린다. 왜냐하면 결국 알 속에서 “메기고 치대고 어르고”하여 자신의 알(반죽 덩어리)이 다 없어질 것이거나, 다 파먹히고 나면 결국 자신의 알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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