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수준 ‘폭염’이라 한다. 한자 ‘햇볕에 말린다’는 뜻의 ‘폭(暴)’은 포악하다 할 때의 ‘사나울 포’로도 읽힌다. 올 여름의 더위는 ‘폭염’이 아니라 ‘포염’이라 해야 할 것 같다. 극악한 더위가 스무날 가까이 이어져 사람이 죽고, 가축과 양식장의 물고기들까지 떼죽음을 당했다. 또 농작물도 타들어서 과수 피해가 크다.

기온과 관련해서 우리 기상청은 낮의 최고 기온이 33℃ 이상인 날이 이틀간 계속되면 ‘폭염주의보’를 내린다. ‘폭염경보’는 낮 최고기온이 35℃ 이상인 날이 역시 이틀 이상 이어질 때 내린다.

변온동물이 아닌 사람들은 더위가 심해지면 신경질적으로 변하기도 하고 열을 받아 폭발하기도 한다. 요즘 같은 날은 차를 타고 가면서 옆 사람의 팔이 나의 팔에 살짝 닿기만 해도 후끈 뜨거워져 불쾌해 지기도 한다. 물론 옆 사람이 어떤 관계의 사람인지에 따라 좀 다르긴 하겠지만 말이다.

정상적인 사람의 체온 36.5℃는 우리가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 지내지만 꽤 높은 온도다. 폭염경보 온도 35℃ 보다 높고, 실외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폭염주의보 보다도 3.5℃나 더 높다. 갓 태어난 신생아실의 적정 온도는 24℃이고, 겨울 집안의 적정 온도는 18℃다. 사람의 체온은 신생아의 적정 온도보다 12℃ 높고, 겨울 집안 온도보다는 거의 두 배나 더 높다.

사람의 마음은 간사해서 찬바람이 불 때는 뜨거운 다른 누군가의 체온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지금 찌는 듯이 이어지는 더위엔 사람의 온도가 짜증이 나기도 하는 것이다. 폭염이 이어질 때는 사람과의 사이에서도 적당한 거리,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을듯하다.

어제부터 더위가 한풀 꺾였다. 태풍 종다리가 위세 등등한 북태평양 열대성 고기압을 살짝 밀어 올렸기 때문에 영남지역과 강원, 영동지역이 에어컨 대신 선풍기만 틀어도 될 정도다. 하지만 태백산을 경계로 서쪽은 ‘푄 현상’과 비슷한 기상상태가 돼서 폭염이 계속될 것이란 기상청 예보다. 아직 8월이 통째 남았지만 다음 주에 벌써 입추가 들었으니 ‘포염’도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 절기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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