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회장 인터뷰

▲ 최정우 포스코 회장
지난 27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 및 이사회에서 포스코 100년 미래를 이끌어 갈 포스코 제9대 회장으로 선임된 최정우 회장은 곧바로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포부를 밝혔다.

포스코는 지난 4년간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창립 후 초유의 경영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철강 과잉 생산과 경기침체로 인한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장벽 강화와 제4차 산업혁명에 따른 새로운 성장동력원 확보라는 큰 과제를 안게 됐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갑작스런 회장 교체라는 혼돈 속에서 어떻게 미래 50년을 향한 비전을 실천해 나갈 것인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최 회장으로부터 이 같은 포스코의 상황과 100년 기업을 향한 미래 비전을 들어봤다.

△제9대 포스코 회장을 축하드립니다. 먼저 미국·캐나다·유럽 등 철강분야 통상문제에 어떻게 대응하실지와 철강 본원경쟁력 및 신사업 중 어떤 것에 우선 두시는지?

 아시는 바와 같이 포스코의 주요 숙제 중 하나가 통상규제이며,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제소에 따라 제한적이긴 하지만 확대되고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 2016년 열연 및 냉연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받으면서 지난해 대미국 수출이 전년 대비 86%나 감소했지만 열연 냉연 AD/CVD가 60% 수준에 이르기 때문에 연례 재심을 통해 정상화하도록 노력하겠다. 유럽은 당사 판매량은 올해 선제적 조치를 취해 놓은 데다 앞으로 쿼터량을 최근 3년간 판매물량으로 책정한다면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는 현재 다른 업체가 생산하기 어려운 월드프리미엄(WP)제품 판매강화 전략 및 현지화, 통상전문 인력 강화를 통해 대응할 계획이다.

특히 우리가 수출하는 물량 25%가 현지 생산으로 판매되는데, 현지 소싱처를 다변화하고 현지 철강사와 제휴를 펼쳐 현지에서 공급토록 하겠다.

철강과 신성장은 CEO추천위원회에서도 나온 질문인데 철강은 지속적으로 강건히 하는 한편 신성장 그룹 사업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이며, 그런 측면에서 연말에 조직개편도 여기에 맞춰 강력히 추진하려고 한다.

△당초 여러 후보분들과 있을 때 당선될 거라 생각했나. 또 러브레터를 받고 있는 데 인상 깊었던 것이 있나.

 현재 포스코 CEO육성프로세스에 따르면 CEO 후보군은 5대 본부장과 5대 계열사 사장이며, 센터장을 하다가 5대 계열사 중 하나인 포스코켐텍 사장으로 옮기면서 후보군에 포함됐다.

켐텍 사장으로 가면서 ‘포스코그룹 중 신성장부문을 맡고 있어서 좋은 경험을 쌓는다면 CEO로 도전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은 했다.

특히 권오준 회장님의 갑작스런 사퇴발표로 마음이 바빠져 지난 3~4개월간 만약 ‘CEO가 되면 뭘 할까’라는 생각을 매일 정리해 왔고, 추천위에서도 그동안 포스코와 포스코대우·포스코건설, 가치경영센터장을 하는 과정에서 CEO가 되면 어떻게 할까에 대해 준비했던 것을 충분히 밝혔다.

러브레터는 하루 130건, 지금까지 약 2000건을 받았으며, ‘아직 포스코 갑질이 많다’는 얘기가 있어서 그런 문화를 신속히 바꿔나갈 것이며, 또 하나는 ‘50년 전 어느 어부의 아버지가 포스코에 기꺼이 땅을 내주고, 포스코의 성장을 자랑스러워 했다’는 얘기가 있어 기억에 남는다.

△신성장에서 눈여겨본 사업이 있는지와 ‘위드 포스코 ·with POSCO’가치를 실현하는 데 있어 SK와 같이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 포함되는지에 대해 말해 달라.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신성장 사업은 이미 많이 나와 있으며, 우선 에너지 소재 분야가 핵심이다.

에너지 소재는 배터리와 저장소재인데 삼성에스디아이·엘지화학에 공급하는 것이다.

포스코는 현재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켐텍과 양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ESM을 두고 있으며, 천연흑연으로 음극재를 만들고, 니켈과 코발트를 이용해 양극재를 만든다.

따라서 이 회사들을 조합시켜 R&D와 마케팅 시너지를 높이려 한다.

그룹 전략으로 봐도 그렇고 전기차·에너지 저장소재 생산과 맞물려 오는 2030년 전 세계 마켓쉐어의 20%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15조원대 이상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에너지 저장소재에 들어가는 양극재·음극재까지 포함해 집중적으로 역량을 키워나갈 것이며, 바이오 역량 부분에 대해서도 어떤 영역으로 나아갈지 고민해서 장기적인 seed 산업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업 시민이란 기업도 시민의 한 사람이 돼서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사회 기업구성 직원까지 함께 더불어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을 말하므로 SK에서 말하는 사회적 가치와 같은 의미라 생각한다.

서울대 송호근 석좌 교수의‘혁신의 용광로’라는 책 중 ‘지난 50년을 넘어 100년 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가치의 변화가 있어야 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쪽으로 방향전환 해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포스코의 미래 지속발전 방향도 주주·공급사·지역사회를 포함해 함께 성장하고, 공존·공생의 가치를 살리는 새로운 브랜드가 될 것이다.

△포스코 사상 첫 비엔지니어 출신 CEO로서 앞선 CEO들과 어떻게 차별화하실지.

 저도 언론을 통해 많이 봤는데 한 회사에 30년 정도 근무하면 그 회사 전문가가 아닌가?

제가 인문계를 나왔지만 현장 원가관리·회계·심사분석·경영진단·경영전략 등 여러 일을 했고, 특히 원가관리란 철광석과 석탄 등 원재료에서부터 쇳물로 만들어지고 최종 제품에 이르는 제철소 전 공정에 있어 물류의 흐름·물건의 흐름·가치의 흐름을 충분히 다 이해해야 가능하다.

여기에 새로운 기술이 원가의 변화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인지도 분석할 수 있어야 하고, 감사를 잘하려면 그룹 전체에서 어디가 가장 비효율적이고 문제가 있는지 다 짚어봐야 하며, 경영전략을 짜려면 ‘철강업의 미래 방향’을 살펴봐야 한다.

철강전문가는 금속과나 이공계를 나와야 하겠지만 저는 지난 30년간 다양한 경험과 실질적인 제철소 업무를 봤기 때문에 철강업에 있어서는 전문가라고 본다.

앞으로 제철소 전반에 걸쳐 효율성이 떨어지는 기술·공정에 대해 경제성이나 상업적 측면에서 재검해볼 여지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런 부분을 개혁과제에 포함시켜 포스코가 더욱 실질적이고, 실행을 중시하며, 실리를 추구하는 강건한 체제로 바꿔나갈 것이다.

△그동안 대북사업에 대한 고민을 해온 것으로 들리는 데 구체적인 구상을 갖고 있는지.

-포스코켐텍은 원래 내화벽돌 생산 및 설치전문업체지만 최근 신사업분야로 추진해 온 침상코크스·탄소소재·음극재 등에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화벽돌을 만드는 원료는 마그네사이트로 현재 전량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가공된 원료를 구입하면 t당 170만원~180만원 선에 이를 만큼 가격이 만만찮다.

북한은 세계 제2위의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을 갖고 있어 과거 북한산 마그네사이트 도입을 추진했으나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중단됐었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포스코그룹이 남북경협에서 가장 큰 실수요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미 포스코는 북한에서 석탄을 수입한 사례가 있으므로 포스코가 필요로 하는 철광석과 원료탄, 그리고 포스코켐텍이 필요로 하는 마그네사이트와 음극재용 천연 흑연 등 남북경협이 진행되면 포스코그룹이 가장 적극적인 수요자가 될 것이다.

따라서 1차적으로는 포스코 혹은 포스코켐텍이 필요로 하는 원료개발에 먼저 역량을 집중하고, 이후 북한이 도로·철도 등 SOC 구축에 나설 경우 포스코건설도 참여할 수 있다.

또 북한에도 철강이 필요한 만큼 북한지역 제철소 리노베이션이나 철강업에 대한 투자도 적극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연말에 조직개편 방향이나 경연진 대규모 변화가 있는지.

 CEO후보가 된 후 전체적인 구상을 하기에는 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어느 때 하겠다’보다는 ‘어떻게 하겠다’가 중요하다고 본다.

다만 발전적 측면에서 철강·비철강(그룹사 부문)과 신성장 부문의 조직 보완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 생각이다.

특히 포스코가 그동안 많은 신성장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포스코 사람들은 철강적 이미지가 강해서 신성장 사업에서 나름의 실패도 있었던 만큼 신성장 부문은 외부 전문가를 모셔 오는 게 좋지 않겠나 라고 본다. 따라서 새로운 영역에서 사업적인 마인드를 가진 외부 인사를 영입해 포스코와 좀 다른 더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로 실행력을 높이면 조직 변화를 생각하고 있다.

△끝으로 이번 CEO추천과정에서 승계카운슬 제도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제도 개선 의향이 있는지.

 승계 카운슬을 도입한 주된 목적은 ‘투명한 승계’이며,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본다.

승계카운슬은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CEO추천위원회에서 사내·외 인사들로 구성된 인력풀 중 엄격한 심사를 거쳐 최종후보군을 선출해 이사회에 추천하며, 이사회에서 최종 CEO후보를 확정한다.

제도상의 과정으로 본다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이사회에서 한 번 더 논의해 보겠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정치, 경제, 스포츠 데스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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