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강과 저수지에 녹조가 급속 확산하고 있다. 낙동강 강정·고령보와 영천호 등에는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되는 등 식수원을 위협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면서 4대강을 비롯한 전국의 강과 호수에 매년 녹조현상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대책이라는 것이 기껏해야 4대강 보의 수문을 여는 것이 고작이다.

강정·고령보의 유해 남조류 세포 수는 지난 23일 ㎖당 6070개, 28일 ㎖당 2만4156개로 관심 단계 발령기준(2주 연속 ㎖당 1000개 이상)을 초과했다. 영천과 경산 지역 식수원인 영천호도 ㎖당 2191개, 1만8771개로 기준치를 넘었다. 강정·고령보의 녹조 관심 단계 발령은 지난 11일 해제한 지 19일 만에 다시 발령됐고, 영천호는 지난 2011년 이후 7년 만이다. 영천호에 녹조가 심화된 것은 이달 초 집중강우 때 경작지 등에서 오염원이 흘러들어 인이나 질소 같은 영양물질 농도가 높아진 데다 수온이 25℃ 이상을 유지하기 때문으로 환경청은 추정하고 있다.

녹조현상이 번진 하천은 이른바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낸 남조류의 번식으로 악취가 나고 식수원을 오염시킨다. 녹조는 남조류가 과다 증식하는 현상으로 물 속 산소농도를 떨어뜨려 어패류를 폐사시킨다. 특히 독성이 있는 남조류가 정수 과정에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가정으로 식수가 공급되면 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같은 식수의 오염 우려가 매년 반복되지만 이렇다 할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있는 정부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4번째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 결과도 아무런 결론 없는 정치적 결과만 내놓았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진행된 4차 감사는 사업 초기 단계부터 성과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감사를 벌였지만 지난 3번의 감사와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강을 살리겠다는 결과는 없었다.

감사보다 어떻게 하면 4대강의 녹조를 줄일 수 있는지, 자연의 회복력을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데 지난 정부의 책임 묻기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이 짙다.

30일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울산권 환경단체가 참여하는 낙동강네트워크가 창원에서 영남권 취수원 다변화·낙동강 재자연화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환경단체들의 결론은 영남권 시민들의 식수원인 낙동강을 살리지 않고 취수원을 이전하거나 다변화하는 것은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수십조 원을 들여 지어 놓은 4대강 보를 헐어버리려고 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4대강의 녹조를 근본적으로 해결 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4대강 보의 수문을 열거나 수질의 모니터링 같은 소극적인 방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4대강으로 흘러드는 공단이나 축사, 영농으로 인한 오염수가 흘러들지 않게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언제까지 ‘녹조라떼’ 타령만 하고 있을 것인가.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