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만으로 가볍게 겨울을 건널
다섯 살바기 대추나무 두 그루에
무밭 한 뙈기가 걸쳐 있다


저, 솜털가시 싯푸른 무 줄거리들
눈비 맞으며 말라가리라


땅바닥으로 머리를 디미는 시래기의 무게와
옆구리 찢어지지 않으려는 어린 대추나무의 버팅김이
떨며 떨리며, 겨우내 수평의 가지를 만든다


봄이 되면 한없이 가벼워진 시래기가
스런스런 그네를 타고, 그해 가을
버팀목도 없이 대추나무는
닷 말 석 되의 대추알을 흐드러지게 매다는 것이다.




(감상) 이 시는 어떤 표현력이나 감각보다 자연스럽게 대상에 대한 인간적인 의미(가치)를 부여하고 교훈을 얻어내는 알레고리적인 수법으로 씌어져 있다. 대추나무가 “버팀목도 없이” 대추알을 흐드러지게 맺을 수 있는 것은, 시래기의 무게를 견디며 스스로 버티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며 보듬어 주는 작은 생명들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적인 좌표를 가르쳐 준다. 시인의 섬세한 관찰력과 대상에 대한 의미 부여는 우리가 배워야할 점이라 생각한다. (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