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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헌경 변호사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기각될 경우를 대비하여 작성된 기무사령부의 계엄령문건으로 송영무 국방장관과 기무사 간의 국회에서의 낯뜨거운 진실공방이 벌어졌고 하극상의 문제로까지 언론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계엄령문건이 병력배치와 야당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 언론통제 등까지 담고 있어 계엄령문건이 단순 대비계획이 아니라 쿠데타에 준하는 실행계획이라고 보고 계엄령문건이 작성된 경위, 누구의 지시에 의하여 작성되었으며 어느 선까지 보고되었는지 그 책임 규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수사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고 있다.

계엄령문건이 단순 대비계획이 아니라 촛불시위를 틈타 군이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실행계획이었다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기각될 경우를 대비해서만이 아니라 탄핵심판이 인용되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물러날 경우를 대비하여서도 실행계획이 있었어야 할 것인데 계엄령문건이 탄핵심판이 기각될 경우에만 대비하고 있고 탄핵심판 인용시에는 단지 태극기 집회 참가원들의 폭동에 대비한 계획만이 상정되어 있는 것을 볼 때 쿠데타에 준하는 내란음모를 계획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탄핵심판이 기각되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그대로 유지하게 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혼란과 소요사태를 막기 위한 대비계획이자 계엄실행계획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아 보인다.

다만 계엄령문건 작성주체가 법상 계엄령 발령주체인 합참이 아니라 쿠데타를 방지해야 할 임무를 가진 기무사령부인 이유와 계엄시 출동할 병력이 해당지역을 지키는 향토사단 병력이 아니라 전방의 병력을 후방으로 빼돌려 배치시키려고 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조사를 통하여 철저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계엄령문건 사태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식물장관이 될 위험이 있어 그동안 송장관이 추진해왔던 국방개혁이 탄력을 잃게 됨으로써 미국으로부터의 전시작전권 환수계획도 제대로 진행될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전시작전권 환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되었다가 보수정권에서 미루어졌고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추진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이익 우선주의가 안보, 경제정책 등 다방면에서 나타나 동맹국과의 연대관계보다 미국 이익을 앞세우고 있고, 미군 주둔비용에 대하여도 동맹국의 분담을 더 높일 것을 요구하면서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하고 있는 마당에 전시작전권 환수를 통하여 우리의 자주 국방력을 신속히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의 동맹만을 믿고 의지하다가 스스로 안보를 책임지고 운영할 능력을 키우지 못한 채 만에 하나라도 미군 철수가 실현되었을 때 우리의 안보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우리가 스스로 안보를 지킬 수 있는 자위방위력이 전무한 상태에서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함으로써 한국전쟁이 발발한 뼈아픈 경험을 우리는 겪었고, 미국과 중국이 죽의 장막을 걷어내고 평화회담을 통해 국교를 수립하게 되면서 카터 전 미 대통령이 미군철수를 시사하였고 이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위하여 핵 개발을 준비하려고 한 일도 있었다.

외세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자주 국방력을 키우고 가졌을 때 동맹인 미국도 자국의 필요에 의하여 한층 더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하려고 할 것이고 중국이나 일본도 우리나라를 함부로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 스스로 자주국방력을 키우지 않고 단지 평화만을 바라고 있었을 때 가혹한 전쟁의 참화를 우리는 임진왜란 때 처절하게 겪었다. 율곡 이이의 10만 양병설을 받아들여 자주 국방력을 강화시키지 못하고 일본과의 전쟁의 두려움 때움에 평화만을 바라보려고 하였다가 전 국토가 쑥대밭이 되었다. 자주 국방력 강화는 평화를 지키는 지름길이다. “조선은 조선인의 힘으로 지켜야 한다”는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은 임진왜란이란 전란의 참화를 막지 못한 그 시대 지식인의 반성에서 비롯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북한과의 평화무드 조성을 위하여 지상군 병력 감축, 사병 복무기간 단축 등을 담은 국방개혁 2.0을 발표했다. 한미군사훈련은 중단되었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방어를 위한 3축 체계 전력의 무기와 장비 사업도 축소되거나 지연되었다. 북한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 동결이 그들의 양보할 수 없는 전략인 것 같고 올해 들어서 경제제재를 피하고 사실상의 핵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평창올림픽을 통하여 평화공세에 나섰다는 태영호 전 공사의 말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미국의 자국이기주의, 중국의 대국굴기, 일본의 군사대국화 그리고 사실상의 핵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하려는 북한으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자주 국방력을 키우고 강화시키는 것을 외면하고 북한과의 평화를 위하여 전력을 감축하고 최소한의 군사력만을 보유하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인가.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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