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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한 수필가
연중 가장 덥다는 대서를 지나도 용광로 폭염은 식을 줄 모르고 오히려 더 달아오르고 있다. 낮과 밤은 물론 새벽에도 신천 산책길을 다녀오면 땀으로 옷이 범벅이 되어 올해는 유난히 덥다. 시내, 시외, 고속버스, 도시철도, 택시, 인근 대구국제공항과 연계되는 동대구 복합 환승 터미널, 백화점하고 연결되는 대한민국 최대의 인파가 오가는 교통 허브 동대구 광장에도 시원한 물줄기 분수가 공중으로 쏘아 폭염을 식힌다.

시내를 다니다 보면 폭염 쉼터라는 곳이 있다. 은행이 지정되어 땀 말리고 간 적이 있다. 마트와 백화점과 종합병원도 시원하다. 동사무소나 우체국도 시원하기는 마찬가지다. 더위에 지치면 쉴 곳은 많지만 시원한 바람을 찾아 공짜로 불쑥 들어가기가 눈치 보인다. 노선버스나 도시철도를 타러 가면 기다리다가 숨이 헉헉 막히지만 일단 버스나 도시철도에 오르면 찬바람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에 감탄한다. 외국에 배낭여행을 다녀온 분이 명덕역에서 도시철도 3호선 하늘 열차에 오르며 하는 말이 “영국, 프랑스 유럽 다녀왔지만 도시철도 우리나라만큼 시원한 데 없고 안방 같은 화장실 외국에서 본 적이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살기 좋은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것에 고맙고 감사하다는 극찬에 나도 고개를 끄떡했다.

외국에 나가봐야 대한민국이 지상낙원인 줄 안다. 사계절이 뚜렷한 삼천리 금수강산. 푸른 하늘, 푸른 산에 맑은 공기, 깨끗한 물 뭘 더 바라요. 동남아나 사막의 나라 중동에 가면 강물부터 흙탕물, 더운 나라 1년 내내 삼복더위 열대지방 아프리카. 자유 방임으로 개방된 서구 나라 뒷골목 화장실에 담배나 환각제 피어 대고, 약물중독에 희멀건 한 눈빛의 남녀 포옹 장면 추접스럽고 역겹다. 연일 덥다고 야단치며 한반도가 들썩거리지만 다음 주가 지나면 입추, 추석 명절 차례 지나면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분다. 그러다가 보면 덥다고 오두방정을 떠는 모습 어디 가고 춥다고 온풍기에 장작불에 손과 얼굴 온몸을 맡긴다. 어떻게 보면 간사한 이중적인 인간의 속성을 드러내 보인다.

지금은 더워 햇살을 피하지만 몇 달 지나면 춥다고 따뜻한 햇살을 품에 안으려고 달려든다. 해외도 못 나가고, 바캉스도 못 갈 형편에 미치도록 더우면 달리는 피서지 도시철도나 시내버스를 타라. 속살까지 시원하다. 요금 1250원이면 종착지까지 1시간은 계곡이다 생각하면 버스가 아니고 계곡이다. 국가보조로 운행되는 도시철도 65세 이상 노인은 공짜, 오늘 도시철도 승강장에 냉매 나오는 에어컨 설치로 갈수록 좋아진다. 박스설치로 냉매를 가두면 더 시원하다. 욕심을 낸다면 냉·온풍기를 갖춘 박스쉼터는 영구적이고 더더욱 시원하고 깔끔하다. 아무튼,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정말 노인 천국이다. 적지만 노령연금도 주지 대한민국 사랑한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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