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수준 무더위에 고통 호소···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원 줄이어
여름철 한시적 누진세 폐지 등 대책 마련 요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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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마다 전기료 걱정으로 에어컨 켜고 끄기를 반복해 온 가족이 잠을 설친다. 지긋지긋한 전기료 누진세를 폐지해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해달라.”

재난 수준 폭염이 이어지고 18일 연속 열대야로 고통받는 포항시 남구 지곡동 거주 시민 A(36)의 하소연이다.

집에 2대의 에어컨이 있다는 그는 여름 내내 에어컨을 켰다 누진세에 따른 ‘전기료 폭탄’이 불안해서 끄고, 더워서 다시 켜기를 반복한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누진세를 가정에만 물리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처사”라며 “블랙 아웃 (대규모 정전)이 한 번 씩 일어나는 것도 짜증이 난다. 정부와 전력 당국이 전력량을 잘 예측해서 공급해야 할 터인데 고통은 오히려 누진세로 서민들만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A씨 뿐만 아니라 전기료 누진세 불만이 높은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기료 누진세를 폐지해달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9일 기준 전기료 누진세와 관련된 다양한 청원이 540여 건.

한 청원자는 “국민들이 누진세가 무서워서 불볕더위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에어컨이 없는 것도 아닌데 누진세가 무서워서 못 틀고 있다”고 호소했다.

산업용 전기 요금이 가정용·일반용 전기요금보다 크게 싸다는 점도 지적한 가운데 29일 오전 9시 기준 이 청원에는 3만4000여 명이 동참했다.

또 다른 청원자들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8월간 한시적으로 누진세를 폐지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더위에 약한 아이나 노인 있는 가정에서는 에어컨을 특히 안 틀 수 없다”며 “에어컨 틀고 문을 연 채 장사하는 가게들이 많은데 단속도 안 하고 가정용 전기만 누진세 걱정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여름철 누진세 한시 폐지를 주장했다.

한편 한국전력공사 경북지사에 따르면 도시에 거주하는 4인 가구가 소비전력 1.8kW의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3.5시간 사용할 때, 월 전기요금은 에어컨 사용 전보다 6만3000원 증가한다.

한전은 이 가구가 하루 평균인 3.5시간보다 2시간 더 에어컨을 사용하면 전기요금이 9만8000원 증가한다고 밝혔다.

한 달 동안 하루 10시간씩 에어컨을 틀면 17만7000원을 더 내야 한다는 것.

한전은 다만 지난 2016년 누진제 개편으로 에어컨 사용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기존 6단계의 높은 누진 구조에서 3단계로 완화해 저소득층과 서민 등 중간 수요 계층이 내야 하는 전기료를 줄였다는 것.

한편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특별 재난 수준의 폭염 기간에는 가정의 전기 누진세를 면제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 29일 자신의 SNS에 “특별재난 수준의 폭염 기간에는 가정 전기 누진세를 면제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 정부도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했고 폭염 기간 전기 누진세를 적용하는 것은 재난 입은 국민들에게 징벌을 가하는 이중 고통이다”며 “재난 입은 국민들에겐 징벌이 아니라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난 수준의 폭염 기간엔 징벌적 누진세가 아니라 누진세 면제가 필요한 것. 폭염 누진세 면제 법안 조속히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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