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물을 따라가며 안개가 일었다.
안개를 따라가며 강이 사라졌다 강의
물 밖으로 오래 전에 나온
돌들까지 안개를 따라 사라졌다
돌밭을 지나 초지를 지나 둑에까지
올라온 안개가 망초를 지우더니
곧 나의 하체를 지웠다
하체 없는 나의 상체가
허공에 떠 있었다
나는 이미 지워진 두 손으로
지워진 하체를 툭 툭 쳤다
지상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가
강변에서 툭 툭 소리를 냈다.





(감상) 시인이 그려낸 것은 유유자적한 풍경화라기보다는 안개 그 자체가 진리이며, 완전한 개체로 묻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 문명이 부가한 인간 중심적 의미를 벗겨냄으로써 인간의 우위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조직 사회의 부속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개체적 자각을 불러일으킨다. 몸속에서 안개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상호 동일성의 매개로 나와 사물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더 나아가 세계를 향해 ‘나’를 활짝 열어 제치는 능동적인 몸짓이라 생각한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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