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19개 부처 소관 518개 국가사무의 지방 이양을 위해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안을 마련했다. 먼저 정부가 30일 밝힌 부처의 국가사무 일괄 이전 계획을 환영한다. 청와대가 최근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업무를 통폐합해 대통령의 지방분권 강화 의지에 의구심이 들던 차에 발표된 것이어서 더욱 반가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국가를 실현하겠다 약속했다. 취임 후에도 여러 차례 지방분권 개헌과 실질적 분권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에 정부 출범 1년 2개월 만에 국가사무의 지방 이양 윤곽이 드러난 것이다. 정부 발표대로 국가사무가 이양되면 거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기능 재배분 수준이어서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점에서 국가사무 지방 이양은 실질적인 지방분권 추진을 위한 획기적 안으로 평가할 만하다. 행정안전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산림청, 경찰청 등의 소관 사무 일괄 이전 합의여서 기대가 큰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포항의 구룡포항을 비롯해 전국 35개 항만 관리권리와 관련된 119개 사무가 시·도로 이양된다. 또 100만㎡ 이상 물류단지 지정 고시 권한도 관할 시도로 넘어오게 된다. 오래전에 넘겨졌어야 할 권한도 있다. 가령 횡단보도와 보행자 전용도로 설치, 주차금지장소 지정 시행이나 일시 정지할 장소 지정 권한 등이다. 그 외에도 지자체가 보조한 사업에 대한 감독 시정명령 등의 사무도 시군구로 이양된다. 이렇게 되면 보조사업의 확대로 지역주민 후생복지 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다.

이번에 중앙행정권한과 사무 등 많은 부분을 포괄적으로 지방에 넘긴다는 계획에 지역이 반색하는 것은 우선 지역밀착행정을 가능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밀착 행정은 지방분권의 핵심이다.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에서도 100대 국정과제로 중앙정부 권한 이양을 시도하는 등 힘썼지만 불발로 그쳤다. 이번에 입법화를 앞둔 획기적 지방 이양 계획도 시행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이다.

2020년 시행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아직 준비할 시간이 남았다지만 지방정부가 이들 국가사무를 넘겨받을 준비가 돼 있는가 하는 것도 점검해야 한다. 가령 경북의 경우 해양 항만관련 국가사무를 넘겨 받기 위해서는 동해안발전본부에 해양수산 항만국과 같은 기구 확대와 전문 인력 확보가 돼야 하는데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실정이다. 국가사무 이양은 개별 단위 사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은 지역대로 착실히 이양 받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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