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스프링클러 배관·텅 빈 소화전

▲ 스프링클러 배관이 부식돼 있다.포항자이 입주예정자 제공
하자와 공사 미비 논란이 이어지는 포항 자이아파트에 소방시설 감리 부실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입주예정자들은 소방설비 준공 승인을 내린 소방당국에 대한 상급기관의 감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자이아파트의 입주예정자 70여 명은 31일 오전 10시께 포항시청 앞에서 소방 승인 무효와 스프링클러 전수조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이윤서 포항자이 입주예정자협의회장은 “지하 주차장 등 3곳에서 소방호스가 없는 소화전을 발견했다”며 “도대체 어떤 근거로 소방서는 포항시에 소방시설이 갖춰졌다는 준공 승인을 내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제대로 된 감리가 이뤄진 여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입주예정자협의회는 부식으로 인해 물이 샌 스프링클러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 협의회장은 “지난 20일 2가구의 천장에서 물이 새 확인해보니 스프링클러가 부식돼 있었다”며 “이후 소방서 직원과 6가구를 추가로 조사한 결과 1가구에서 스프링클러 배관 부식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총 1567가구 중 같은 문제가 발생한 곳이 없을 수 없다. 입주 이전에 철저한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 지하주차장에 위치한 소화전에 소방호스가 없이 텅 비어있다.포항자이 입주예정자 제공
입주예정자 A 씨는 “이사한 후에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면 수리 기간 동안 스프링클러에 공급되는 물은 끊긴다”며 “그 사이에 불이라도 난다면 아무도 우리 가족의 안전은 책임지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포항시 남구 지역의 소방서 전체를 통틀어 사다리차는 2대 뿐이며 이마저도 각각 35m(약 11층)과 52m(약 15층) 높이까지만 닿을 수 있어 불안은 더욱 커진다.

34층까지 올려진 자이아파트에서 15층보다 높은 층에 거주하게 될 입주예정자들은 화재를 막을 수단이 스프링클러뿐이라 유독 화재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완수 포항남부소방서장은 “감리업체가 작성한 결과보고서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기 때문에 소방시설 준공 승인을 내렸다”며 “문제가 된 스프링클러는 현재 소방산업기술원에 의뢰해 검증 절차가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방행정기관 특성 상 전수조사를 명령할 권한은 없다”며 “관련법에 따르면 누수 수준의 문제에는 승인 취소가 아닌 업체 측의 하자 보수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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