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현장 점검-안동시

도청 배후도시인 안동시 풍산지역 발전방안 모색 주민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도청이전 약인가 독인가?

경북 북부지역 주민들은 안동·예천 도청 이전지가 발표될 당시만 해도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경북도청이 옮겨온 지 2년이 지나면서 그 기대감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게 돼가고 있다. 예견된 우려가 하나둘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도청 이전으로 낙후한 북부권은 균형개발과 동반성장을 기대했지만, 인구 유출과 구도심 공동화 심화 등으로 낙수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최근 동부 2청사 추진에 대한 북부권의 비판 목소리도 높다.

경북지역의 노령화 지수는 최근 2년 사이 16% 포인트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인구가 유소년 인구를 처음 추월한 것은 지난해다. 인구가 줄면 자연 지방소멸로 이어진다. 지난해 경북도는 전남에 이어 소멸 위험지수 전국 두 번째를 기록했다. 경북은 351곳 중 260곳(74.1%)이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30년 내 소멸 지자체 상위 10곳 중 의성, 군위, 청송, 영양, 영덕, 봉화 등 무려 6개 군이 포함됐다. 안동시(0.48)도 소멸 위험 단계로 진입했다.

안동시 강남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주민 K(46)씨는 “오히려 도청이전이 주민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도청신도시가 안동과 예천 등 인근 도시의 인구소멸, 지방소멸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금까지 도청신도시 정주 인구는 불과 1만여 명에 그치고 있다. 이마저도 안동과 예천에서 이주한 인구가 60%에 이른다. 6월 말 현재 안동시 인구는 16만2720명으로 도청이전 당시 2016년 2월 말보다 6076명이나 감소했다. 이는 도청신도시 지역으로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된 것. 따라서 안동지역의 아파트는 남아돌아 거래가 되지 않고 자연히 아파트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안동 용상동의 한 22평 아파트는 9000만 원에서 5400만 원까지 떨어졌으나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 옥동의 한 주민은 “아파트을 팔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갈려고해도 집을 살려는 사람이 없다”며 “반 값에라도 주인이 있으면 팔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들은 안동의 아파트를 부동산에 내 놓아도 팔리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하는 수 없이 안동의 아파트는 비워두고 도청신도시에서 안동으로 출퇴근하는 현상까지 빚고 있다.
안동 시내 중심 요지에서 50여 년 전통을 이어온 안동교학사가 최근 건물주와 유치권행사 관계로 이전했다.
△구도심 공동화 현상 심각

지역 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이들은 자영업자들이다. 인구 감소로 구도심 공동화는 심해지고, 여기에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 요구와 최저 임금 인상 등으로 자영업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안동 시내 중심 상가에도 문을 닫거나 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50여 년 전통을 이어온 ‘교학사’도 최근 건물주와 유치권행사로 자리를 비우고 이전했다.

도청신도시 10분 거리에 있는 풍산읍은 도청 이전 2년여 만에 공동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급기야 지역 붕괴 조짐마저 보이자 주민들이 스스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풍산읍발전협의회는 지난 4월 26일 ‘풍산지역 발전 방안 모색 주민토론회’를 열어 도청 배후도시로서 도청 이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풍산지역 발전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협의회 관계자는 “도청이 이전되고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가게 60여 곳이 휴·폐업했고, 신도시에 대규모 임대주택이 들어서면서 풍산읍 내 임대주택 760실의 공실률이 45%에 이르는 등 사람들도 떠나고 있다”며 “특히, 풍산읍에서 가장 큰 기관이었던 ‘경북도 북부종합청사’가 2020년 6월에 신도시 내 신축 청사로 이전하면 지역 경제에도 상당한 피해가 예견된다”고 말했다.
최근 1층에서 영업하던 식당이 높은 임대료 등의 이유로 문을 닫았다.
△경북도의회 유관기관 이전·산단 조성 주문

이러한 가운데 경북도의회에서도 경북도청 신도시 활성화와 구도심 공동화를 막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북도의회 기획경제위 이종열(영양) 부위원장은 지난 7월 18일 “도청신도시는 2027년까지 10만 명의 자족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현재 상주인구는 1만5000명 수준으로 목표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됨으로 특단의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도청 신도시 활성화를 위해 도 산하 유관기관의 이전과 도청신도시 인근의 산업단지 조성 및 연구단지를 유치할 것”을 주문했다.

윤승오(비례) 의원은 “도청이 안동과 예천에 왔지만 안동과 예천의 구도심은 공동화 현상이 발생해 점점 쇠퇴화 돼 가고 있다”며 “구도심을 개발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최근 포항에 ‘동부청사(제2청사)’ 설립을 추진 중인 경북도의 계획에 대해 북부 내륙권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도청 안동 이전 2년여 만에 제2청사 설립은 시기상조라는 이유에서다.

경북도의회 기획경제위원회 김대일 의원은 23일 “경북도는 동남권 제2청사 건립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도청 신도시 조기 활성화와 북부권 동반 발전계획을 먼저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도청 신도시 또한 1단계 공사가 끝났는데도 인구 유입과 병원 등 생활편의시설 구축이 매우 미진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도가 제2청사 건립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동시의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경북도가 도청 신도시 조성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 제2청사 신설 공약으로 도민 분열만 조장한다”며 “경북을 남북으로 쪼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종명 기자
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안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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