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구 황남초등학교장, 학부모께 드리는 글

김용구 경주 황남초등학교장
새 학기의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한 학기를 마치고 자녀들이 여름방학을 맞이하게 됐다. 수업일수 관계로 한 달도 채 못 되는 짧은 기간이지만 ‘내내 놀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 내심 불안해하는 학부모가 많다. 여름방학은 단순히 학습의 장이 학교에서 가정으로 옮긴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 자녀들에게 있어서 재충전, 쉬어가는 시간만이 아닌 배워가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자녀들이 여름방학을 어떻게 하면 보람되게 보낼 수 있을까?’하는 학부모들의 바람에 작은 길잡이가 되리라 하는 생각에 몇 자 적어 본다.

△자녀와 부모가 함께 체험활동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방학은 학생들은 학교의 교육과정에 짜인 학습 부담에서 벗어나 스스로 계획 아래에 학습과 일상을 이끌어나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동안 학교생활로 하지 못했던 체험활동을 맘껏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체험학습을 통한 어린 시절의 경험은 인생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중요한 학습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책에서 배울 수 있는 지식에는 한계가 있는데 직접 경험하여 얻은 지식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체험 학습은 단순히 경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삶의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소중한 활동이자 아이의 흥미와 소질도 확인해 볼 기회이다. 자녀와 학부모가 함께 체험활동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보도록 하자.

△방학 동안 독서 습관을 길러야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늘 상위권을 유지해 세계가 벤치마킹하는 핀란드 교육의 핵심은 독서교육에 있다. 핀란드 대부분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잠자기 전에 부모가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주요한 일과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자녀들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부모와 함께 지역별 도서관을 방문하여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이야기 작가(Storyteller)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부모와 함께 정기적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어 일찍부터 책과 가까워지게 하고 있다. 여름방학 동안 우리 자녀에게도 평생 학습의 자산이 되는 독서를 습관화할 수 있도록 하자. 휴가지에서도 자녀와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자. 가까운 도서관에 함께 가서 대출증도 만들고 이용 방법도 공부하며 책을 읽는 습관을 길러 주자.

△‘배움을 스스로 찾는’ 학습기회를 마련해 줘야
오늘날 학습이론에서 ‘자기 주도적 학습(self-directed learning)’이 대수이다. 학습자 스스로 공부하며 그 활동 자체가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이다. 그러나 학교 교육의 현실은 점수와 경쟁 속 성적 지상주의로 내몰고 있다. 상급 학교에 진학하면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하는 데 초등학교 시절 ‘배움을 즐기는’ 습관을 길러 주어야 한다. 방학 동안만이라도 학원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녀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해 주자. 과외 선생님보다 교육방송과 같은 매체를 스스로 선택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해 주자. 교과 숙제보다는 체험활동에서 ‘배움을 스스로 찾는’ 기회를 마련해 주자.

요즘 자주 듣는 말 중에 시간빈곤(time poor)이란 말이 있다. 누구나 정해진 시간 속에 살지만 가지고 있는 시간에 비해 자기 자신을 위해 쓸 시간이 부족한 상태인 사람들이 참 많다. 시간의 빈곤은 생각의 빈곤으로 이어지고, 생각의 빈곤은 결국 학습 지체를 낳는다.

짧은 여름방학이지만 방학을 자신을 위해 알차게 쓸 수 있도록 시간 계획을 잘 짜서 자녀들이 즐겁게 공부하며 스스로 배움을 찾는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 저학년의 경우 부모와 함께 계획을 세워보며 앞으로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자. 자녀들이 마음의 밭을 일구며 바다보다 넓고 깊게, 산보다 높고 빼어난 생각의 힘을 길러 주자.

방학식 날 훈화 대신 낭송했던 졸시이다. 전교생이 마지막 구절 ‘자, 출발! 여름방학’을 외치며 방학에 들어갔다.

태양이 이글이글, 야! 여름방학이다
에어컨 밑에만 있어서는 안 된다

바다로 가자.
수평선 바라보며 생각을 열자
해적왕도 되어보고
바다 한 아름 가슴에 담아보자

학원에 매달리는 바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계곡에 발 담그고 책도 읽으며
산만큼 높이 높이 내 생각을 키워보자

활활 타는 태양도 우리를 위해 있는 것
깜둥이가 되어도 좋다
용감하고 씩씩한 꼬마대장이 되자
들판을 누비고
저 넓은 하늘에 내 꿈을 펼쳐보자
자! 출발, 여름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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