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은 염소같이 곧잘 옆길로 새지만
슬픔은 한 생애를 황소처럼 끌고 간다


샛길로 샌 기쁨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도
눈물을 삭이며 걷는 슬픔은 길을 잃지 않는다


기쁨은 슬픔이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빙산이다
바닷물이 짤수록 빙산은 오롯이 잘 떠 있다





(감상) 기쁨은 잠시잠깐이고, 슬픔은 옆길로 새지 않고 길을 잃지도 않고 평생 벗어날 수 없네요. 하나의 슬픔이 가는가 싶더니 또 다른 슬픔이 제 길로 꾸역꾸역 찾아오네요. 기쁨은 빙산의 일각(一角)이지만, 그것을 버티고 있는 것은 바다와 같은 근원적인 슬픔이었네요. 슬픔을 억지로 벗어나려고 하면 이놈은 한사코 밀고 들어오지요. 빗겨갈 수 없는 것이 슬픔이라면, 이제 슬픔 위에 슬픔을 덧대는 일만이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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