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태우 편집부 기자
타는 듯한 무더위가 잠시 주춤해진 오후 8시 화려한 불빛과 함께 신나는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자 시원한 물줄기가 하늘을 향해 치솟는다. 아이들의 신나는 웃음소리가 광장 가득 메워지고 이를 바라보는 부모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핀다.

지난 주말 포항 철길 숲을 다녀왔다. 철길 숲은 지난 2015년 4월 KTX 포항 직결선 개통으로 발생한 철도 유휴 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숲길로 만드는 ‘포항 그린웨이 프로젝트’ 일환으로 미래지향적인 도시재생과 녹색생태도시 조성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고 한다.

3개 공구로 나눠서 진행된 철길 숲 사업은 1~2 공구인 효자교회~이동고가차도 2.1km 구간이 지난달 19일에 개통됐다.

3공구인 이동고가차도~서산터널 2.2㎞ 구간도 올해 개통해 총 길이 4.3㎞, 면적 12만㎡에 이르는 대규모 도시 숲에서 시민이 문화와 휴식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한다.

메타세콰이어 나무와 대나무 숲 사이로 포항 도심을 향해 시원하게 뻗어 있는 자전거 길과 산책로 군데군데 멋진 조형물, 운동기구, 쉼터, 광장, 음악분수 등을 조성했고 철도건널목 차단기와 철도 제어 관련 박스 등 기능을 다한 철도시설들이 포항철길 숲의 운치를 더해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운동, 산책을 위해 이곳을 찾는 발길로 북적거린다.

포항 철길 숲의 또 다른 명물은 불의 정원이다. 지난해 3월 8일 공원 관수로 사용할 지하수를 찾기 위해 지하 210m 지점을 굴착하던 중 굴착기 마찰열에 천연가스가 폭발하면서 불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한두 달이면 꺼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불은 현재까지도 2m 정도의 불기둥이 유지되고 있다. 포항시는 천연가스 화재 현장을 관광 상품으로 활용하기 이곳을 불을 테마로 한 정원으로 만들었다.

전국적으로 난 입소문 탓인지 개방하자마자 명소가 되고 있는데 불이 꺼지지 않고 활활 타오르다 보니 불 앞에서 소원을 빌거나 사랑을 맹세하는 의미를 담은 자물쇠도 하나둘 걸리기 시작했다.

현대인들이 꿈꾸는 생활 중의 하나가 바로 도시 한가운데 잘 조성된 도심공원을 즐기는 게 아닐까?

과거 산업화의 상징인 도심을 관통하던 철길 자리를 활용해 오롯이 시민들을 위한 힐링 공간을 선물한 포항시의 녹색 정책을 응원한다.

철길을 이용한 도심재생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프랑스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데’와 미국의 명물인 뉴욕의 하이라인, 보스턴의 그린웨이에 버금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길 바래본다.

요즘 인터넷상에서 많이 쓰이는 ‘이·맛·현’이란 말이 있다. 이 맛에 현질을 한다는 뜻이다. 200 퍼센트 공감한다. 확실히 돈은 이렇게 쓰는 것이다.

하태우 편집부 기자
하태우 기자 htw@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