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계정 통해 동영상 공개···정부, 청해부대 현지 해역 급파

우리 국민 1명이 리비아에서 납치돼 27일째 억류돼 있는 것과 관련해 정부는 납치세력의 정체와 동기 등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오전 8시(현지시간) 리비아 서부 자발 하사우나 지역에서 한국인 1명이 필리핀인 3명과 함께 무장민병대에 납치됐다.

납치된 우리 국민 1명은 현지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60초반 남성으로 장기간 리비아에 체류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피랍 국민이 소속된 회사 관계자는 무장민병대가 회사 캠프에 침입해 물건을 강탈하고 직원들을 납치했다며 같은날 오전 8시 55분께 신고했다.

주리비아대사관은 신고를 접수한 직후 대사와 공관 직원 2명을 대사관이 위치한 튀니지에서 가장 빠른 항공편으로 리비아에 급파했다. 또 대사를 반장으로 하는 현지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리비아 외교부 및 내무부 등 관계당국을 접촉해 사건해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외교부도 사건 발생 당일인 지난달 6일 오후 9시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긴급 개최해 우리 국민의 소재를 파악하고 안전한 귀환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했다. 이에 따라 사고 발생 이후 외교부 본부의 해외안전지킴센터를 중심으로 24시간 대응 체제를 유지해왔다.

아울러 합동참모본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신고가 접수된 당일 오후 8시 18분께 아덴만에서 임무수행 중이던 청해부대를 피랍 현지 해역으로 급파했으며, 청해부대는 현재 크레타섬 인근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가운데 리비아 현지 218뉴스는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피해자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한국인이라고 밝힌 남성 1명과 필리핀 국적이라고 밝힌 남성 3명이 총기를 든 무장세력이 지켜보는 가운데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이 담겼다.

한국인이라고 밝힌 남성은 영어로 ”대통령님 제발 도와달라, 내 국적은 한국“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납치세력은 현재까지 이들이 근무하던 회사 등에 연락을 취해오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외교부는 이날 동영상을 게시한 것은 협상을 개시하겠다는 의미로 분석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까지 직접 접촉은 없었다”며 “해당 지역은 부족세력의 영향력이 강해 간접적으로 납치 동기 등에 파악하고 있으며 우리 국민도 안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리비아 당국의 협력을 최대한 확보하는 한편 비상근무태세를 유지하면서 납치된 우리 국민이 무사하게 귀환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외교부 기자단은 피랍자 석방 노력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사건 발생 이후 외교부의 보도유예 요청을 수용해 이날 동영상 공개 이전까지 보도를 자제해 왔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