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부러진 입불상이나 부처님 자비 가득
대좌 없이 맨땅에 결가부좌하고 불편하게 앉아있는 불상은 목이 없고, 왼손 엄지손가락도 잘려나갔다. 무척 불안하고 처절한 형색이다. 높이 100여㎝, 어깨너비 80여㎝,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상호가 원만하지 못해 보이는 게 무척 안타깝다.
불상에서 한 40여m 위에는 절간에 있음 직했던 축대들이 많이 널려있다. 이 근처 어딘가에 절이 있었고, 그 절에 있던 불상이 아래로 굴러떨어져 이 모양이 된 것 같다. 그래도 불상 주변은 깨끗하다. 저만치 대나무 빗자루가 보인다. 행인들이 불상 주변을 정갈하게 쓸어놓고 가는 것 같다.
울창한 숲 속에 높이 약 9m, 너비 약 4~5m, 거대한 직사각기둥 모양의 자연 바위 면에 각인된 마애대불도 역시 불두가 없어 허전하고 짠하다. 모든 형상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다면, 거대한 입불상이 마치 승천하는 모습으로 장대하고 환상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머리는 없지만, 불상 몸체는 통견을 하고 있고, 가사 주름이 매우 뚜렷한 선으로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특히 왼쪽 가슴에 살짝 올려있는 왼편 수인은 날씬한 여인의 가냘픈 섬섬옥수처럼 멋지고 수려하고 예쁘고 아름답다.
불상 근처에 좁은 벼랑길이 있고, 밧줄이 길게 처져 있어 줄을 타고 대불의 어깨부위 쪽에 올라섰다. 머리가 떨어져 나간 큰 구덩이는 빗물 말랐는지 오래고, 그 좌우에 귀가 달렸던 아랫부분 ‘귓밥’으로 파인 흔적이 어렴풋이 보인다.
샘물이 고여 있는 작은 웅덩이로 내려가 물 한 족자를 떠 마셨다. 간장을 얼리는 듯 차갑고 시원하다. 또 한 족자를 떠서 눈을 씻으면서, 눈 건강을 대불께 빌었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금오봉 정상을 향해 발길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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